사설.칼럼
【데스크칼럼】36일 만에 또 人災
김현종 전북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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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1/2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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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마음이 아프고 참담할 뿐이다.

 

지난 26일 오전 732분께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37명이 숨지고 151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조문 행렬과 위로의 말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졸지에 희생된 목숨들의 원통함과 그 유족들의 한(恨)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깊은 상처로 남게 됐다.

 

이날 참사는 지난해 12월 사망자 29명과 4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악몽이 채 가시기 전이라 국민들은 할 말을 잊을 지경이며 다중시설에 대한 공포와 함께 절망감을 금할 수 없다.

 

수많은 대형 사고를 겪고도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있어야 후진적 사고의 빈발이 멈출 것인지 안타깝다.

 

우리는 안전보다 당장의 편의나 경제적 이익에만 몰두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안전과 관련된 의식과 재난 대응시스템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10년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가운데 사상자 숫자 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된 이번 참사는 유독가스가 2~4층으로 급속하게 퍼지면서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입원환자 대다수가 고령인데다 거동이 불편해 스스로 대피하지 못했고 방화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등 안전의식 부재가 낳은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제기돼 정부의 "사람생명 중심의 안전 대한민국"실현을 위한 재난대책 업무보고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세종병원의 바닥 면적이 394.78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라 불이 나면 자동으로 감지해 물을 뿌려주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전남 장성의 한 요양병원에서 무려 21명이 화재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의료시설의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제정했다.

 

바닥 면적 1,000이상인 의료기관에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지만 요양병원도 아니고 대형병원도 아닌 세종병원처럼 건축법상 2종 근린시설이고 연면적이 1,489에 불과한 일반병원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비용 부담"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업계의 요구를 감안해 정부가 규정을 느슨하게 만든 것이 이 같은 '사각지대'를 만들었고 세종병원 역시 2015년 이전 건물이어서 오는 6월까지 스프링클러 설치가 유예됐지만 환자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병원에서 서두르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관련 사고가 나서야 규정을 강화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사각지대를 남겨 "뒷북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건물의 높이와 넓이는 커진다.

 

그런 건물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안전사고 위험은 더 커지는 만큼, 당연히 이에 걸맞은 안전의식과 안전시설 및 안전인력이 갖춰져야 한다.

 

인간의 생활여건상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섬유플라스틱건축내장재 등 다양한 가연성물질이 존재하는데 이 물질들이 화재로 연소될 경우 고농도의 이산화탄소에서부터 일산화탄소질소산화물염화수소불화수소염소아황산가스시안화수소아크릴로레인 등의 맹독성 유독가스가 다량으로 발생한다.

 

이런 유독가스가 혼합된 연기는 단 한 모금의 흡입만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세종병원 화재 참사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 업소에서 발생하는 화재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큰 사고는 사소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면밀히 살피고 잘못된 점을 시정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주차장 확보가 편리한 필로티 구조는 1층에 출입문을 설치하는 데 바로 계단과 연결된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사고에서 드러났듯 출입문을 방화문으로만 설치했더라도 유독가스 유입을 차단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현행법상 1층은 미관과 편의성을 고려해 방화문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예외 규정이 피해를 키우는 반복되는 참사를 막으려면 예방보다 사후 수습 위주인 법과 제도를 바꾸는 등 근본대책을 세워야 인재(人災)로 되풀이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을 외치며 "점검"을 위한 '특별점검'으로 마무리하지 말고 전북도를 비롯 각 자치단체와 소방당국은 당장 불편하고 거추장스럽겠지만 제천 화재와 세종병원 참사의 발생부터 대응까지 종합적으로 복기(復棋)해 잘못된 부분이 드러날 경우 반드시 시정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동시에 관련 법규를 한층 강화하기 바란다.

 

바둑에서 복기(復棋)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며 이번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명복(冥福)과 유가족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을 올리며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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