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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 달라진 풍경
간소해진 차례상‧가족과 여행‧시댁 방문 일정 늦춰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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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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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5일 오후 5시 귀경 행렬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명절과 고향은 심리적 피난처일 수도 있을 텐데 그 정겨운 위안이 퇴색해가는 세월의 흐름 속에 역 귀성이 빠르게 확산되는 등 추석 차례상이 간소화되고 있다.                                                                                                                                                      © 김현종 기자

 

 

 

결혼 5년 차인 김선화씨(36‧여)는 전북 김제에서 시댁 식구들과 함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올 추석 연휴를 마무리했다.

 

연휴 첫날인 12일과 추석 당일인 14일 이틀 동안 친정에서 보내고 일요일인 15일 이른 시간에 시댁을 잠깐 방문한 것이다.

 

결혼 5년 내내 시부모님이 "우리한테는 늦게 와도 되고 안 와도 된다"는 믿을 수 없는 말(?)에 어느덧 자연스레 '친정행'이 1번이 됐다.

 

시부모님과는 단체 채팅방을 통해 메신저로 이모티콘도 주고받는 사이.

 

시어머니는 "시월드(시댁의 신조어) 주인은 하기 싫다"고 농담을 건넨다.

 

김씨는 "처음에는 시어머니께서 한 번 떠보는 것인가 생각했는데 지금은 편하게 생각하고 오랜만에 친구들과 연휴 때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마흔 두 살의 나이인 아들을 결혼시킨 유정순씨(71)는 며느리에게 지난 13일 전화를 걸어 "명절에는 집에 올 생각 하지 말고 아들하고 푹 쉬어라"고 말했다.

 

만혼인 아들과 결혼한 것도 고마운데 시댁에 오는 스트레스까지 주기 싫어 올해부터 명절을 각자 보내기로 했다.

 

유씨는 "노총각 연예인들이 혼자 살림하느라 궁상을 떨고, 지켜보는 엄마들이 속타하는 TV 예능프로를 시청하며 아들의 곁을 지켜주는 며느리가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며 "내년 설날에는 해외로 여행이나 가라고 돈이라도 좀 쥐여 줄 생각이다"고 말했다.

 

아침이면 차례상을 보고 친지들 밥상에 과일 상까지 차려야 했기 때문에 명절이면 며느리들을 일명 '시댁 지옥'에 빠뜨렸던 명절 문화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시부모들은 시댁에 와서 며느리가 불편해하는 것보다 '며느리한테 잘해야 아들과 손자도 대접 받는다'는 심정으로 이처럼 명절 풍경을 바꾸고 있다.

 

시부모들의 인식 변화는 맞벌이하며 시댁사리를 해 왔던 고충을 이해하는 시어머니들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혼 10년 차 며느리를 둔 박 모씨(73)는 "나도 젊은 시절에는 맞벌이를 했는데 아이들 데리고 시댁에 오는 것 자체가 명절의 가장 큰 일이어서 우리 집은 안 오고 안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주문 차례상'을 이용한다는 회사원 김 모씨(55)는 "명절 전날 차례 음식을 준비한다고 시간을 다 보내고 나면 다음 날 차례를 모시고 오후에 처가를 방문해야하기 때문에 형제들과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할 수 없었다"며 "음식 장만할 시간에 가족끼리 영화도 보고 바깥나들이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군산시 미룡동에 거주하는 또 다른 김 모씨(65)는 아내가 욕실에서 넘어지면서 오른쪽 팔목이 골절돼 어쩔 수 없이 주문 차례상을 이용한 경우였다.

 

맞벌이 며느리를 대신해서 평소 손자를 돌보고 있는 이 모씨(60)는 "아이도 돌보고 음식까지 하기에는 너무 힘에 부대껴서 올해부터는 '주문'을 하자"고 얼마 전 아들과 며느리 앞에서 '폭탄 선언'을 했고 전주시 우아동의 최 모씨(68)는 가족이 좋아하는 한두 가지 고기반찬은 집에서 만들었지만 손이 많이 가는 전과 생선은 재래시장에서 구입해 차례상에 올렸다고 털어놨다.

 

여성에게만 가사노동이 집중된 설과 추석이 아닌 모두가 함께 즐거운 명절로 탈바꿈하고 있다.

 

고향을 가기 위해 꽉 막히는 고속도로를 운전하거나 수십 가지의 차례 음식을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 오롯이 가족과 시간을 보내겠다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기간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한 여행객은 연휴가 예년보다 짧았고 일본여행 불매운동 영향으로 지난해 60만5,700여명에 비해 25% 감소한 45만2,900여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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