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대학가의 빗나간 OT · MT
이한신 서남취재본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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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3/1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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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과 단합대회(MT)에서 불상사가 잇따르고 있다.

 

대학 새내기들의 합류를 축하하는 자리에 성추행도 빠지지 않는 항목이다.

 

지난 13일 전북의 한 사립대학 신입생 대면식에서 "신입생을 상대로 성추행이 있었다"는 폭로글이 SNS에 게시돼 논란이 일었다.

 

"전통이라는 이유로 신입생(참석자 45)들에게 의자위에 올라가 자기소개를 해야 했고 이 자리에서 선배(2학년 83학년 74학년 13)들이 목소리가 작으면 다시 시키는 과정에 한 신입생은 무려 10번이나 반복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 "남자 선배들은 여자 신입생과 술 게임을 했으며 게임에서 지면 뽀뽀와 포옹을 하라고 시켰다"는 성추행 사실이 게재된 바 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해당 대학 관계자와 성추행 사건 당사자인 여학생은 익명으로 논란 하루 만인 14일 같은 SNS 공간에 잇따라 글을 올렸다.

 

해당 학부 학회장은 "큰 소리로 인사를 시키는 것을 전통이라는 이유로 막지 않은 점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앞으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또한, 사건 당사자임을 밝힌 여학생은 "술 게임에 대해서는 강압적이지 않았고 인지했지만 거절하지 못했다"며 "이번 일과 관련해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남자 선배가 처벌이나 징계를 받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이처럼 해마다 되풀이되는 과거 사례를 돌이켜보면 참으로 부끄럽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신입생 환영행사는 새내기들에게 대학생활의 적응을 돕고 선후배 간 유대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교류의 모임으로 나무랄 게 없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교육 목적은 사라져 버린 채 새내기들에게 강제로 술을 먹이고 성희롱을 자행하거나 체벌을 가하는 변태적 작태의 난장판으로 변질돼 버렸다.

 

사회 일각에서는 물론 대학 내부에서조차 OT 무용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개선안이 논의된 것도 사실이다.

 

폭설로 행사장 지붕이 무너지면서 환영행사에 참석했던 신입생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중경상을 입은 2014년의 부산외국어대 마우나리조트 참사가 하나의 계기로 작용했다.

 

그러나, 안전사고와 음주폭행성추행 등의 예방을 위한 안전지침이 만들어지고도 불상사는 여전하다.

 

이런 식이라면 더 큰 희생과 슬픔이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신입생 군기잡기와 폭탄주 강요 등을 마치 자랑스런 전통인양 고집하는 일부 대학사회의 그릇된 인식이 문제다.

 

다른 어느 사회보다 자율적이고 민주적이어야 할 대학에서 강제와 일탈의 반 지성적 행태는 추방돼야 마땅하다.

 

문제점을 뻔히 알면서도 남의 일처럼 뒷짐 지고 있는 교수들을 포함해 대학 당국의 책임도 크다.

 

전북의 한 사립대학 신입생 대면식에서 문제점이 발생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OT와 같은 집단 행사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근본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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