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완주군 이서면에 둥지를 틀고 있는 떡집을 찾은 손님들의 행렬이 길게 줄을 잇고 있다. / 사진 = 김현종 기자 © 심현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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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가족-이웃을 연상시키는 그때 그 방앗간은 맛깔스럽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비치는 아낙네들의 함박웃음과 엄마 옆에서 턱을 괴고 앉은 코흘리개 아이 옆으로 줄줄 뽑아져 나오는 가래떡이 그랬다.
참새들도 훈훈하고 달콤한 사람의 정(情)을 좇아 방앗간으로 몰려들었다.
특히,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방앗간은 잔칫날이나 명절 때면 시끌벅적했고 아이들에게 말랑말랑한 가래떡은 최고의 군것질거리였다.
삼삼오오 모여 제각각 다른 길이의 가래떡을 입에 물고 다녔으며 한 아이가 집에서 꿀이나 설탕을 가지고 나오면 금상첨화였고 연탄불에 구워먹는 맛도 빼놓을 수 없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그래도 방앗간 떡이 제 맛인데…"라며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한다.
떡 방앗간을 사랑방처럼 드나들던 박 모(68) 어르신은 "비록 낡고 오래된 방앗간이지만 정이 넘치는 공간이었다. 때로는 부족한 쌀과 재료를 가져와도 알아서 챙겨줘 참 좋았는데…"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목소리에서 안타까움이 절절이 묻어났다.
박씨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오면 반가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했다.
이 같은 풍속은 1인 가구 소비의 급증과 바쁜 일상 속에서 추석 음식을 직접 준비하기보다는 모처럼 맞은 연휴 기간에 하루 종일 음식준비에 매달리기보다는 여유를 추구하는 가정이 늘면서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오곡에 갖가지 과일·나물 등의 천연재료의 독특한 향기와 맛을 이용해 영양가 높고 맛이 좋은 다양한 떡을 만들어왔다.
송편은 대표적인 추석 차례음식으로 얼마 전만해도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온 식구가 둘러 앉아 정담을 나누며 꿀‧밤‧깨‧콩을 넣고 솔잎을 깔아 송편을 빚었다.
송편은 맛으로만 먹은 것이 아니라 후각적 향기와 시각적인 멋도 즐기는 그야말로 정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었지만 이제는 차례 상에 올릴 양만큼만 구입할 수 있는 '떡집'이 명절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도 단골 떡집을 찾아 주문 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등 "흔히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할 것 같지만 해가 갈수록 그동안 집에서 차례상을 직접 준비하던 중‧장년층 고객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떡집'과 '반찬가게' 주인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3일 오전 10시 20분께 전북 완주군 이서면에 터를 잡고 있는 A떡집은 3대를 이어가고 있는 명성에 주문 전화와 떡을 구입하기 위해 찾아온 손님들로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는 광경이 연출됐다.
또, 전화 한 통‧클릭 한 번이면 신선한 차례상을 집까지 배달해주는 간편함에 제사상을 주문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와 반면, 대목을 잡으려는 정육점‧과일가게‧중소할인점 등은 오랜만에 밀려드는 손님들로 웃음꽃이 피어나며 활기를 찾고 있지만 이들 업소와 벽하나 사이로 영업을 하고 있는 제과점‧주유소‧옷가게 주인들의 심술을 부리는 모습이 목격될 정도로 극명한 대조를 드러냈다.
또한, 경기 침체와 맞물려 지난해 부정청탁을 금지한 이른바 '김영란 법'이 시행되면서 아예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유통업계 명절 특수가 옛말로 전락돼 소규모 지역 농특산물 유통업계도 달라진 명절 풍습이 직격탄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