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3년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한 5·18지정 시나리오 스토리텔링에 최종 선정된 박기복 원작 시나리오 작품을 소설가 이원화(오른쪽)씨가 원작자의 동의를 얻어 각색한 소설 "임을 위한 행진곡 표지". © 이용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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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오는 10월 개봉을 앞두고 전남 광주에서 촬영과 편집이 진행되고 있다. (스틸컷 한 장면) / 사진제공 = 무당벌레필름 © 이용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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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푸른 녹음을 즐기는 젊은이들 머리 위로 아직도 1980년 5월 그날의 함성이 고스란히 그들의 넋으로 느껴지듯 너울너울 표제로 그려낸 소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소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지난 2013년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한 5·18지정 시나리오 스토리텔링에 최종 선정된 박기복 원작 시나리오 작품을 소설가 이원화씨가 원작자의 동의를 얻어 조금 더 1980년 5월의 그날에 다가서기 쉽게 소설로 각색한 작품이다.
현재 원작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오는 10월 개봉을 앞두고 전남 광주에서 촬영과 편집이 진행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영화에 앞서 소설이 한 발 앞서 출간돼 포커스가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월 초판 발행 이후 6월 초부터 배포가 시작된 이 소설은 이미 영화적 궁금증이 더해지며 각계 각층에서 다양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소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어느 날 계엄군이 쏜 흉탄이 머리에 박혀 3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날의 기억에만 머물러 있는 가상의 조명희와 그런 어머니를 인정하지 않는 딸 이희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1980년 5월, 혼란의 와중에 철수(24)와 연인 조명희(22) 사이에 태어난 딸 희수는 37년 후, 국민적 인기를 누리는 개그우먼이 됐지만 대중들의 그러한 인기보다 순탄하지 않았던 자신의 상처를 지우기 위해 안락한 결혼을 꿈꾼다.
하지만, 정신병원 재활치료 도중 우연히 딸의 약혼식장 상견례 장소에 나타난 생모 명희로 인해 개그우먼 희수의 결혼에 대한 꿈은 무참히 무너진다.
인기 연예인의 파혼 소식은 보수 언론들의 광주민주화운동 전력으로 비화되며 사상적 마녀 사냥의 표적이 된다.
희수는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은 애써 부정하기에만 급급했던 생모 명희가 80년 5월 어느 날, 총알이 머리에 박힌 채 37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도 여전히 80년 그날의 기억에만 머물러 있는 어머니의 기억 속 그날을 더듬어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임을 위한 행진곡"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유린되는 인권과 무자비한 국가폭력의 실체를 드러낸다.
소설은 무자비한 국가폭력 앞에 무너지고 쓰러지는 아이러니를 그려내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은 소박한 휴머니즘으로 가족애를 그려낸다.
희수는 큰아버지 철호의 기억 속에서 어머니를 쏜 당시의 정보부 직원이 현재는 구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를 찾아가지만 정작 그 폭력의 당사자는 아직도 건재한 국가권력의 이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는 1980년 5월의 그날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당당히 희수를 향해 그가 대학 때 읽었다는 어느 수필집 한 페이지의 구절을 읊조리며 희수의 곁을 떠난다.
"褪於日光則爲歷史, 染於月色則爲神話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소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가슴 뭉클한 소시민들의 인간애와 여전히 국가권력을 이용해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일삼는 우리의 현실을 잔잔한 휴머니즘 속에서 상생이 아닌아직도 암울한 작금의 시대로 표출됐다.
한편 작가 이원화씨는 2006년 광주일보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된 이후 2011년 소설집 "길을 묻다" 2014년 소설집 "키스가 있는 모텔" 2016년 소설집 "꽃이 지는 시간" 등을 발표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