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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허망한 구급대원의 죽음!
김현종 전북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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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04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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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휘청할 정도로 40대 취객이 휘두른 폭력에 휘둘린 베테랑 구급대원이 사건 직후 구토와 어지럼 증세를 호소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뇌출혈과 폐부종 증세가 악화돼 끝내 소생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지난 3일 고() 강연희(51) 소방경의 유가족과 동료들의 오열 속에 익산소방서 안마당에서 지방소방정 장()으로 또 한 명의 대원을 떠나보내는 안타까운 의식이 거행됐다.

 

강 소방경은 남편 최 모(52) 소방위와 부부 소방대원으로 헌신해 왔고 가정에서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두 아들을 둔 어머니였다.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숙명이라지만 무거운 침묵과 울음이 교차한 이날 영결식장은 허망한 그의 희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했고 사회적 안위의 최 일선에 서 있어야하는 소방관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지적하고 있을 뿐이었다.

 

소방관은 언제 어디서 직면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가장 먼저 기꺼이 뛰어드는 우리사회의 사수대나 마찬가지다.

 

이런 희생이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힘이고 그들의 지원과 헌신을 믿고 국민들은 생업에 종사한다.

 

화재와 자연재해를 비롯 각종 재난의 현장에서 수많은 인명과 재산을 지켜내고 있는 가운데 강 소방경은 지난 1998년 임용돼 20여 년간 2,000여명의 생명을 살려내는 수훈을 발휘했다.

 

그러나 위험을 무릅쓴 구조구급과정에 불가피한 희생이 따르곤 한다.

 

제천 화재 현장에서도 그랬고 경남 밀양과 충남 아산에서도 소방대원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

 

국가나 사회가 이들의 헌신에 정당한 예우를 하는 게 도리다.

 

이들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는 법과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는 것이 그 기본이며 역할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존중을 해야 마땅하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싶다.

 

그것은 소방대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인 동시에 국민 모두의 안전을 담보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전북소방본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519820161992017167건 등 시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폭행을 당하는 이른바 '매 맞는 소방관'들이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 이상 어쩌다 발생하는 특별한 불상사가 아니라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방구급대원에 대한 처우나 보호장치는 크게 달라지는 게 없고 이런 참담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의례적 헌사로 반복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분명, 이번 기회를 계기로 주취자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가해자에 대한 엄중조치가 강구돼야 한다.

 

이것은 사회 안전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다.

 

공무를 방해하고 도리어 위해를 가하는 반사회적 범죄에 보다 단호하게 대처해야 제2~3의 피해를 차단할 수 있다.

 

매 맞는 구급대의 위험을 방관하면 그것은 부메랑이 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을 상대할 때 대응 방법과 방어권 행사 등이 명확하지 않아 대다수 종사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자기방어를 위한 제도 역시 미흡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현행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출동한 구급대원을 폭행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징역형을 받더라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주취자들의 음주 폭행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구급대원 등 소방공무원에 대한 폭력행위 근절 캠페인을 한층 강화하는 동시에 소방특별사법경찰관리에 의한 신속엄정한 수사 및 검찰송치와 폭행피해를 당한 구급대원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의 대책을 하루속히 시행하고 순직처리 절차 역시 빠르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지면을 빌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임무를 수행하다 변을 당한 고인의 영전에 이 글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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