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대응 매뉴얼 지침 무시

 

여객선 ‘세월호’ 침몰로 수많은 생명을 숨지게 한 선장 이준석씨(68)가 19일 새벽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나온 뒤 ‘선내에 대기하라고 방송을 한 것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또 “당시 조류가 상당히 빨랐고 수온도 차기 때문에 만일, 구명조끼도 입지 않고 입었더라도 마찬가지지만 판단 없이 퇴선하면 승객들이 상당히 멀리 떠밀려 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씨는 ‘당시 구조선도 없고 인명 구조하는 어떤 협조선도 없는 상태였다’고 언급했으며 ‘사고 당시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렸고 억울한 부분은 없고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이씨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수많은 승객들의 목숨을 앗아간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며 울분과 분통을 쏟아냈다.

 

실제 ‘세월호(6825톤급)’침몰당시 갑판 양쪽에 탑승객 475명 전원이 타고도 남을 정도로 25인승 구명정(뗏목 형태) 40여개가 하얀 원통형 캡슐 속에 장착돼 쇠줄로 묶여 있어 사고 당시 작동되지 않아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선박이 기울거나 침몰하는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원통형 캡슐이 바다에 떨어지면서 수압으로 잠금장치가 자동으로 풀려 텐트 모양으로 퍼져 뜨는 장치였지만 ‘무용지물’로 변해 참사의 주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세월호에 장착돼 있던 구명정 모두 지난 1994년 5월에 제작된 일본산으로 끝까지 배를 책임져야 할 선장 등 승무원들조차 승객들에 대한 안전교육이 부실했고 결속을 풀어 펼치면 자연스럽게 완성되는 형태의 구명정을 제대로 작동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먼저 도망가는데 급급했다.

 

배에 남은 승객들은 세월호가 기우는데도 “가만히 있으라는 잘못된 안내방송”만 믿었기에 미쳐 탈출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밀려드는 차디찬 바닷물과 사투를 벌이는 동안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외부의 구조만 기다리면서 물속으로 침몰해 현재 생사여부 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하지만, 이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은 해상교통관제센터(VTS)로부터 탈출 준비 지시를 받은데 이어 ‘승객 대피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선사의 위기대응 매뉴얼 지침을 무시한 채 가장 먼저 탈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차 구조자들을 태우고 팽목항에 도착한 조도면 급수선 707호 선박에는 제 목숨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승무원 10명이 승객인척 하는 모습이 영상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선장의 경우 하나같이 학생들의 탈출을 돕다가 목숨을 잃었거나 가슴 저리고 뭉클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들이 고군분투하는 시간, 자신은 남방과 니트까지 입은 깔끔한 차림으로 육지에 올라 구조대원의 도움을 받는 등 응급진료소에서 담요로 하체를 두르는 행동이 포착됐다.

결국, 이 선장을 비롯 일부 선박직 생존자들은 저마다 익숙한 통로를 이용, 먼저 탈출해 성공했거나 한 척만 정상 작동된 구명정을 타고 구조됐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조류가 빠르고 수온이 차다”고 변명해 공분을 사고 있다.

 

탑승자 전체 명단과 생존자 명단을 비교한 결과 선장 이씨 외에 선박직 생존자는 1·2·3등 항해사 4명·조타수 3명·기관장·기관사 3명·조기장·조기수 4명 등 전체 승무원의 69%가 생존했다.

 

한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 선장 이준석씨(68)와 3등 항해사 박 모씨(25·여)·조타수 조 모씨(55) 등 3명을 구속했다.

 

구속이 발부된 선장 이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가법상 제 5조 12항의 도주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과 과실 선박 매몰·선원법 위반 등 혐의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 시간 현재 불안과 초조함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기필코 살아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추가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사고 해역의 구조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필자/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