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점검 미흡·초동대처 실패 등 숱한 오점 남겨
▲ ▲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치안총감)이 올 1월 신년사를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 바탕위에, 조직의 위상을 확고히 정 ©김현종 기자 | |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의 실종자 수색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해양경찰 스스로 "국민이 신뢰하는 '능력과 전문성' 중심의 바다지킴이 위상을 내려놨다"는 지적이다.
올 1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치안총감)은 신년사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 바탕위에, 조직의 위상을 확고히 정립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이를 위해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며 "강한 신념으로 주저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말처럼 조직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해양경찰의 역사를 새롭게 쓴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모든 역량을 결집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한바 있다.
또, 김 청장은 "해양안전국을 신설해 국민 안전을 중시하는 시대적 요청에 주도적으로 대응해야한다"고 설명하며 "현장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창출한 직원에게 더 많은 특진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조직문화 개선에도 적극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여객선 침몰 사고를 계기로 그동안 거친 파도·폭풍을 이겨내며 소중한 국민의 생명을 구조하는데 앞장서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안전한 바다·행복한 국민 만들기는 기대 이하"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해경은 지난해 9월 해양경찰 창설 6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로 해양구조 전문가들을 초청 '해양 구조기술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도약'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는 민·관·군 13개 기관, 단체 등에서 관련 전문가 2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8개 주제로 다양한 발표·토론 및 정홍관 중앙특수구조단장의 선박 화재·전복 상황 구조, 장진홍 해군 중령의 심해잠수(Technical diving) 등의 발표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2012년 11월 24일 여수 해상에서 낚시어선 침몰시 신속하고 효과적인 구조 활동을 펼친 유공으로 '국제해사기구(IMO)가 선정한 2013 바다의 의인상'을 수상 예정이었던 전 여수해양경찰서 317함장 이기춘 경정의 생생한 구조 경험담은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경정은 "당시 소리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초속 14~18m와 파고 2.5~3m의 악천후 속에서 여수항 소속 9.7t급 낚시어선 A호가 기관실이 침수중이라는 다급한 구조 요청을 받고 오전 3시 15분께 신속하게 출동해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과의 사투 끝에 승선원 16명 전원을 구조했다"고 설명했다.
▲ 1990년 특수구조단을 창설한 해경은 500여명의 최정예 구조요원을 각 경찰서에 배치, 선진 구조체계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현종 기자 | |
1990년 특수구조단을 창설한 해경은 500여명의 최정예 구조요원을 각 경찰서에 배치해 신속·정확한 구조체계를 발전시키는 등 '한국해양구조협회'를 창설한데 이어 민-관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항공기를 활용한 선진 구조체계 구축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더 더욱, 독도 남동방 해역에서 조난당한 어선원 37명을 모두 구조해 높은 구조역량을 주변국에 알리는 등 사고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바다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또한, 지난해 3월 9일 군산 앞바다에서 일어난 꽃게잡이 통발어선 '201현승호(20톤급·사망자 9명, 실종 1명)' 화재 사건을 계기로 해양사고에 대한 패러다임을 사고 후 신속한 대응에서 사전 예방활동으로 전환하는 등 해양사고를 줄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역사상 최악의 인재(人災)로 기록될 이번 사고를 통해 안전점검 미흡·초동대처 실패·늑장대응·7년 전 야심차게 도입했고 최근 5년간 43억원이라는 예산이 투입된 해양 긴급신고 전화 122 무용지물 등의 오점을 남겨 공염불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지난해 군산해양경찰서에 새로 취역한 최신예 경비함(321함·300톤급·워터제트 방식). (사진 = 군산해양경찰서 제공) ©김현종 기자 | |
해경은 그동안 숱한 해양 사고에도 교훈을 얻지 못할 정도로 조난 사실을 최초로 신고한 학생에게 위도와 경도를 물어보며 시간을 낭비하는 부적절한 대응으로 이른바 인명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허비했던 것으로 드러나 상황별 접수 요령을 구체화한 '대응 매뉴얼'에 따른 '컨트롤 타워'가 작동되지 않았다.
여객선 침몰 사고 당시 구조 요청을 받고 현장으로 출동한 경비함정과 헬기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구조 신고자와 3자간 연락을 할 수 있는 비상체계를 구축한 긴급대응에 나섰다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해경이 운영하는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사고 당일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멈춰 섰지만 전혀 알아채지 못했으며 침몰 당일인 16일 오전 8시 52분 휴대전화로 전남소방본부 119상황실에 '배가 침몰한다'고 최초 신고한 최덕하(18)군은 정작 구조가 되지 못해 지난 23일 4층 선미 부분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수습됐다.
경기도와 안산시는 174명의 목숨을 구한 최 군을 의사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목숨을 걸고 친구·제자·승객들을 구한 단원고 정차웅(18)군·남윤철(35)·최혜정(24·여) 교사·세월호 박지영(22·여) 승무원과 양대홍(45) 사무장 등 5명을 '잊어선 안 될 5인의 세월호 의인들'로 명명하며 의사자로 지정하자는 청원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 김현종 기자
☞ 바다의 의인상(Exceptional Bravery at Sea) = UN 산하 전문기구인 IMO(국제해사기구)가 2007년부터 주관이 돼 선정, 매년 해상에서 용감하고 헌신적으로 인명구조 및 해양오염방지를 위해 특별한 공로가 있는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해양에서 최고의 명예로운 상이다.
☞ 의사자 지원제도 = '직무 외의 행위'로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을 구하다가 숨진 사람이나 그 유족을 지원하는 제도로 유족에게 법률에서 정한 보상금·의료급여·교육보호·취업보호 등의 예우가 주어지며 의사자 시신은 국립묘지에 안장 또는 이장이 가능하다.
유족이나 담당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서류를 갖춰 보건복지부에 신청하면 60일간 심사를 거쳐 의사자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