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불어와 한반도에 평화의 꽃이 활짝 핀 '판문점'이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화합의 상징으로 승화됐다.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화와 번영‧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한결같은 지향을 담아 한반도에서 역사적인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뜻깊은 시기에 2018년 4월 27일 12시간 동안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는 '판문점 선언'에 서명하고 함께 발표한 뒤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뜨거운 포옹을 했다.
한반도가 '핵' 위협을 벗어 던지고 '평화'로 장식된 새로운 옷을 입는 획기적 전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핵 폐기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미국을 비롯 주변 4강의 관심이 집중됐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동 모습 하나하나는 남‧북의 새로운 관계를 보여주는 역사적 장면으로 기록될만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최초로 남‧북 군사분계선을 넘어 방한했고, 우리측 국군 의장대를 사열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제의에 따라 두 손을 맞잡고 깜짝 월경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또 도보다리에서 두 정상이 장시간 단독으로 회동하는 모습은 세계를 향한 남‧북 관계 변화의 메시지로 충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정은 위원장이 ICBM급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핵무력 완성 선언을 한데다 미국의 ‘선제 타격론까지 나오면서 긴장감이 한층 고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선언할 정도로 한반도에는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고 남‧북 대화를 언급하면서 한반도 분위기는 급물살을 탈 정도로 변했다.
김 위원장은 동계올림픽이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라면서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덕담을 전했다.
이어 1월 9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첫 고위급 회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남북 대화의 물꼬가 터졌다.
남‧북 단일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구성됐고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공동으로 입장했으며 우리 측 연예인들의 평양공연장에 김 위원장이 깜짝 입장하면서 이 땅에는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본질인 남‧북 합의내용은 그 실천의지를 확인하는 절차와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매듭지어야 할 과제를 남긴 점에 눈길이 간다.
두 정상은 판문점선언에서 3가지 큰 항목에 합의했다.
첫째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 개선과 발전을 통한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가기로 했다.
둘째, 남북 군사긴장 상태 완화와 전쟁위험 해소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셋째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앞의 2개 항목은 남‧북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민간과 군사부문 교류협력으로 기존에 합의한 남북합의의 실행조치를 회복하는 것으로 실천을 담보했다.
회담 전부터 우리 내부와 미국을 비롯 전 세계가 주목했던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합의는 3번째 항목의 마지막에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수준으로 기술했다.
두 정상은 선언문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내용에 앞서 연내 종전 선언 및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을 앞세웠다.
정상회담 직후 이 문제와 관련, 우리 내부의 여론은 확연히 갈리는 느낌이다.
65년 정전체제의 종전체제 전환 자체가 남북관계의 일대 전환의 상징으로 해석하고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합의 또한 현 단계에서 더 이상의 묘수가 없는 명시적 합의로 인정하는 여론이 있다.
반면 '완전한'이라는 단서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비핵화가 남한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을 염두에 둔 북한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기대 이하라는 실망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판문점선언'에 대한 남‧북 정상의 합의 실천을 놓고 선‧후를 따지며 전제를 다투는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핵의 선제적 폐기를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 미국 정치권에서 '남북 종전선언'과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상관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입장을 정리할지에 따라 남‧북‧미 3국간에 미묘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 합의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남‧북 정상회담 만큼이나 중요한 행보를 이어가게 됐다.
내부적으로는 야당의 이해를 구하고 밖으로는 미국‧중국‧일본 등 주변 국가를 설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실천이 안 된 과거의 남‧북 합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서로 확인하며 전 세계에 한반도 정세의 평화적 전환 가능성을 보여준 점은 큰 성과다.
이제 올 가을 평양에서 이어질 남‧북 정상회담까지 어제 남‧북이 합의한 내용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국민의 지지와 동맹 및 우방국의 조력을 이끌어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4월 27일 한반도 평화대장정의 출발을 선언했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완주해내기 바란다.
끝으로,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빙(解氷)기류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북도가 북한과의 교류협력 사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2017년 무주 세계태권도대회'에 북한 시범단이 참가한 스포츠 교류의 물꼬를 이미 틔웠고 그 열기가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정헌율 익산시장이 지난 18일 '제99회 전국체전'에 북한 대표단 초청 제안을 공식으로 표명한 만큼, 북한 선수단이 수월하게 참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정부와 정치권의 확고한 의지 및 국민들의 힘을 모아 대응해 나간다면 얼마든지 선점(先占)효과를 누려 100년 만에 찾아온 전국체전이 익산시만의 축제가 아닌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남과 북이 하나 되는 화합체전으로 승화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개될 남북경협사업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바란다.
한편, 제99회 전국체전(2018년 10월 12~18일)과 제38회 전국장애인체전(2018년 10월 25~29일)은 주 개최지인 익산종합운동장에서 개‧폐회식을 갖고 도내 14개 시‧군 70개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