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이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시련을 보내고 있다.
실적악화에 따른 구조조정과 흥행부진으로 인한 매각 본입찰 연기, 신용등급 강등 우려, 정부 기금운용 수익금 유용 논란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까지 현대증권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기 때문.
현대증권 측은 “4~5년 만에 받는 정기적인 세무조사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박근혜 정부가 세수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보다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욱이 현대증권은 최근 정부 기금운용 수익금 유용 논란과 관련, 금융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고, 현대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증권의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의 적정성 여부와 자금흐름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9일 현대증권 등에 따르면 국세청이 현대증권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서울국세청 조사1국이 담당하며, 내년 2월까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의 경우 지난 2010년 이후 세무조사를 받지 않은 만큼, 이번 세무조사는 통상 4~5년마다 돌아오는 정기적인 세무조사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대증권측 역시 “5년 만에 이뤄지는 정기 세무조사”라고 밝혔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세무조사를 예사롭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증권은 최근 정부 기금운용 수익금 유용 논란으로 인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등 시기적으로 예민한 이슈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12일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현대증권의 정부 기금운용 내용을 분석한 결과 현대증권이 고용노동부의 고용보험기금, 산재보험,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예금 등 정부 부처 4곳 산하 기금으로부터 약 30조원의 자금을 위탁 받았고 이 중 14조원을 랩어카운트로 운용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의원은 "현대증권이 기업어음(CP)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가격이 오르자 이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자사 다른 랩어카운트 고객 계좌에게 매각해 수익을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이런 식으로 "다른 계좌로 넘어간 수익금 규모만 5년간 1200억원으로 추정된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측은 고객 수익을 유용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악의적인 주장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정부기금 운용실태 전반을 집중 조사할 것으로 강력히 촉구하고 있어, 현대증권으로서는 이번 세무조사가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일각에서는 현대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의 적정성 여부도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모사채와 지급보증, 환매조건부 채권 등 현대증권과 그룹 계열사 간 다양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무엇보다 현대엘앤알 등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대여 및 차입금과 지급보증 규모가 2~3년 사이 급증한 점을 들여다 볼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증권의 특수관계자에 대한 대여금과 차입금 등 자금흐름 규모는 2012년말 700억여원에서 올해 9월 기준 3400억여원까지 증가했으며, 보증 규모는 지난해 말 3500억여원에서 9개월 만에 1600억여원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과세당국과의 쟁점사안 중 하나인 협의수수료 부분도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가 고객들의 주식이나 선물옵션 매매 등 자사거래 시 징수하는 수수료율 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협의수수료는 많은 투자자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증권사들의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현대증권의 이번 세무조사를 놓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증권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현대증권 홍보실 관계자는 “정기적인 세무조사일 뿐, 특별한 의미나 배경은 없다”면서 “(정부 기금운용 수익금 유용 논란과 내부거래 등)여러 이슈들과 세무조사를 연관 짓는 건 지나친 확대해석이다”고 잘라 말했다.
kkh67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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