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의 甲질로 나라가 시끄럽다. 16년간 국제선 퍼스트 클래스를 담당한 일본의 스튜어디스가 쓴 책에 국제선 1등석을 "성공한 사람들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공간"으로 정의하고 공통적인 특징을 정리 했는데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한 동아일보 칼럼 란에서 읽었다. 1등석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책을 들고 있다. 유행하는 베스트셀러는 읽지 않는다. 대부분 전기 또는 역사서란다. 이코노미 석에서는 입국 서류 작성 시 여기저기서 펜을 빌린다. 1등석에선 펜 달라는 사람이 없다. 메모하는 습관 때문에 항상 펜을 지니고 있다. 승무원이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하고 되묻는 경우가 없는 곳이 1등석이다. 그만큼 요구 사항을 명료하게 전달할 줄 안다. 필자가 특히 흥미롭게 읽은 대목은 성공한 사람들에게서는 공통적으로 찾아 볼 수 있는 몸에 작은 배려의 습관이었다고 했다. 예를 들자면 탑승 후 겉옷을 벗어 승무원에게 줄 때 받아서 옷걸이에 걸기 쉽도록 방향을 바꾸어 건네 준 다는 것이다. 승무원의 잘못을 지적 할 때도 할 말이 있다고 예고하며 이야기를 시작해 상대방이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는 소통의 기술도 흥미롭게 읽은 대목이었단다. 칼럼을 읽으면서 이정록 시인(1964년~)의 시 한편을 떠올려본다.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 어머니께서 / 한 소식 던지신다. /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꽃도 열매도 / 그게 다 /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 그래도 큰애 네가 /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 싸우지 말고 살아라 /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 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다가 / 의자 몇 개를 내놓는 것이여…. 사람 사는 것이 별 것이 아니라 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것이란다. 대한항공 조 부사장이 이 시 한구절만 읽었더라도 그런 망발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 권력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뒤쳐진 사람들의 일상의 풍경과 그 불편함이 보내는 경고음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 속에 당신들이 해야 할 일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의 곡절 까지를 떠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수가 있다. 하지만 말을 걸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소중하게 여겨야 할 가치들은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 소박한 태도로 세상을 대하고자 하는 자세다. 우리 모두가 좋은 의자가 돼야 하지만 사회를 이끌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우선이 돼야 한다. 눈 흘기고 고함치고 혼을 내는 것이 아니고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의자가 돼야 한다. 삶에 대한 이해가 필수가 되도록 귀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관심, 마음 , 씀, 타자에 대한 배려다. 자신이 개성화 과정을 통해 누린 행복을 주변과 나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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