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고르디온 매듭"은 지혜로 풀어야…
전북총괄본부장 박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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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2/2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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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8세기경 마이다스 왕은 프리기아 왕국을 건설했다.
 
알렉산더가 동방원정을 위해 프리기아를 지나가려하자 마이다스 왕은 풀어도 풀리지 않는 고르디온 매듭(Gordion Knot)을 알렉산더에게 주면서 "이 매듭을 풀면 길을 열어 줄 것이고 풀지 못하면 돌아가라"고 한다.
 
이에, 알렉산더가 매듭을 단칼에 내리치면서 프리기아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어쩌면, 이 나라의 현재는 고르디온의 매듭처럼 풀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권력을 쥔 자나 쥐려는 자들이 스스로 매듭을 매일 하나씩 하나씩 더 엮어가고 있는 형국처럼 보인다.
 
권력을 주제로 한 윤흥길의 "완장"이라는 소설도 요즘 내 기억의 뇌리를 계속 들락거린다.
 
소설에서 주인공인 핫 것 종술이 부동산투기로 졸부가 된 최 사장으로부터 그의 소유인 저수지 관리인으로 채용된다.
 
관리인 완장을 찬 종술은 권력을 얻은 양 욕설과 폭력으로 다중을 괴롭히고 으스대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완장의 힘을 과신한 종술이 급기야 자신을 고용한 사장 일행의 낚시질까지 금지하게 되고, 결국 관리인 자리에서 쫓겨난다.
 
해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종술은 저수지를 지키는 일에 몰두하다가 수리조합 직원, 경찰과도 부딪히게 되는 등 좌충우돌하게 된다.
 
제 정신이 든 종술과 함께 마을을 떠나는 술집작부 부월이의 일침이 이 소설이 주는 교훈이다.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 볼 일 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권력 중에서 아무 실속 없는 놈들이 흘린 뿌시레기나 주워 먹는 핫 질 중에 핫 질이 바로 완장인 게여!"
 
세밑에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아무리 눈 막고 귀 닫고 살려고 해도 이 나라의 정치판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평범한 한 명의 백성으로 살기가 힘들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완장을 차지하려는 자들이나 지키려는 축들 모두가 자기주장에만 골몰할 뿐 누구의 편에 서서 귀를 귀울여도 대개가 백성을 설득하기에는 반쪽짜리 허위일 뿐이다.
 
소설 속의 핫 것 종술의 완장 같지 않은 완장을 둘러싼 에피소드는 그래도 귀엽게 봐줄 수 있다.
 
혹시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절대 권력의 완장을 쥐려는 자들이라면, 그들이 왜곡된 시선과 생각으로 완장의 힘으로 백성의 앞날을 농단하려한다면 우리 같은 하빠리들이나 뿌시레기 같은 일반 백성들은 참 힘들어 질 것이 명백하다.
 
조금만 곁눈질로 발걸음을 더디게 떼면 그 순간 경쟁에서 후퇴하게 되어버릴 수밖에 없는 지금의 현실에서 백성들은 시대에 발목 잡혀 가슴 답답한 편 가르기와 아우성에 짓눌려 봄이 와도 봄이 온 것도 모르고 꽃이 피어도 꽃 핀 줄을 모른 채 사는 것은 아닐까?
 
특히, 다가오는 을미년 2015년은 아무리 피하고자 해도 백성들이 정치적 격랑에 휩싸여 서로를 험상궂게 바라보며 서로 악다구니를 쓰거나 냉소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땅 좁고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지언정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 부지런히 물건을 만들어 팔고, 나라 구하는 일에 지금까지 백성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과정에는 노동자나 관리자의 계층적 구분이 큰 장애가 되지 않았다.
 
건강한 젊은이들이 오지로 날아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샘을 파고, 부를 이룬 이들이 상냥한 미소로 우리나라와 세계를 위해 공헌하는 그런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일은 즐겁고 뿌듯하지 않은가 말이다.
 
이 나라의 정치만 올바로 선다면 한 몇 세기 대한민국은 세계 속에서 손꼽히는 번영기를 이룰 것이라고 단언을 해도 "당신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지적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겠는가?
 
이런 소망을 담아 정치권 모두에게 번뇌에 얽매여 생사를 초월하지 못하는 백성 하나가 지면을 빌어 정치권 모두에게 한 마디 던지고자 한다.
 
천지(天知), 지지(地知), 자지(子知), 아지(我知)라 했다.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네도 알고 나도 안다"는 뜻이다.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아는데 혹시 여, 야 막론하고 정치인들 모두 이 가운데 모르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머리 낮춰 배워야 할 것"이라고 정중히 당부하고 싶다.
 
또한, 나중에라도 후회할 일 같으면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아는데 독선으로 치달아 이 나라 백성들을 근심 속에 두지 말아야 한다.
 
그 누구도 백성을 앞에 두고 그럴 권리는 없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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