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덩이처럼 가슴을 짓누르는 우울함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스포츠를 하다 보면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몇 차례 승패의 갈림길로 나눠지는 중요한 순간을 맞게 된다. 이 시점을 흔히 "타이밍" 이라고 한다. 경기 종목에 관계없이 이 타이밍을 제대로 살리면 선수 개개인이나 팀이 추구하는 최상의 결과로 이어지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패배"의 멍에를 쓰게 된다. 이 때문에 선수와 감독들은 승리하기 위해 경기 내내 집중하며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 잘 살리려고 노력한다. 개인종목이라면 출전 선수 스스로가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인 타이밍을 잡기 위해 기를 쓰고, 단체종목에서는 선수와 감독이 그 몫을 함께 하기도 한다. 절묘한 타이밍을 잘 탄 선수는 승리의 결과물과 함께 "진정한 승부사" 라는 찬사의 수식어가 따라붙고, 지도자 역시 팬들로부터 ‘명장’으로 평가받는 영예를 누리게 된다. 반면, 비슷한 상황에서 큰 실수를 하거나 실수를 연발하는 선수는 "저것이 한계" 라는 표현 등 불명예를 안을 수밖에 없다. 선수들은 이 피 말리는 순간순간을 "타이밍의 싸움" 으로 인식하고, 혹자는 여기에 예술성을 더해 "타이밍의 미학"이라 얘기하기도 한다. 국방부는 지난달 29일 민, 관, 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제시한 22개 중점 혁신과제 가운데 "복무 부 적응자 조기인지 및 개인 신상 비밀보호"등 15개 과제에 대한 권고내용을 원안대로 수용했다. "현역복무부적격자 군 입대 적극 차단"등 5개 과제는 권고안의 내용, 기간 등을 보완 조정해 수정과제로 추진하고 "국방 인권 옴부즈만 제도"도입 등 2개 과제 역시 추가로 의견 수렴을 거쳐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혁신위가 과제로 권고한 "군 성실복무자 보상제도"추진은 보상점 부여대상 선정기준이 모호하다고 판단, 수정 과정을 거쳤고 올해 12월까지 계량화된 성실복무자 기준을 정립해 군(軍) 복무 역량 인정시스템을 구축해 취업 및 대학 진학 시 활용한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함에 따라 발생하는 학업과 경력의 단절은 군복무 회피의 원인이 되고 있고 빈발하는 병영 내 폭력, 성범죄를 근절해야 할 국가적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병영 혁신과제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 군(軍)은 군사비 지출 규모로 세계 10위권의 강군으로 성장했지만 폭력과 성추행, 부조리 등이 끊이지 않는 후진적 병영문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군(軍) 당국은 지난 20여 년 동안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군 당국은 1993년 "구타 및 가혹행위 근절지침" 을 훈령으로 제정, 명문화한 이래 수차례에 걸쳐 병영 혁신과 군 개혁안을 내놓았다. 1999년 제2건국위원회의 한국형 병영문화 창출, 2005년 선진 병영문화 비전, 2011년 전투형 군대 육성을 위한 병영문화 혁신대책, 2012년 병영문화 선진화 방안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에는 28사단 소초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이번 병영문화혁신위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민, 관, 군 병영문화개선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인권을 강화한 군인복무기본법 제정 등의 대책을 쏟아내기도 했다. 국방부는 이에 따라 2007년 군인복무기본법을 발의했으나 국회 심의도 거치지 못한 채 폐기되고 말았다. 22사단 총기난사 사건과 28사단 사망사건으로 온 국민이 충격에 휩싸이고 병영문화혁신위가 개선책을 만들고 있는 와중에도 현역 사단장이 부하 여군을 지속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되는가 하면, 영관급 장교들이 해군사관학교에서 부하 여군을 성추행하는 등 군 지휘부의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근본적인 병영문화 개선에 대해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번 대책은 결코 땜질식 처방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일각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국방부는 타당하고 실현 가능 과제의 선별화 과정을 거쳐 결정한 만큼,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람직한 병영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아가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군 복무기간이 인성교육의 마지막 장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병영 내 인성교육 강화 방안 역시 마련하길 바란다. 국방부가 "타이밍의 미학" 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부디 놓치지 말고 하루빨리 국민에게 통하는 진실 된 모습으로 기본과 원칙의 공정한 사회가 통하는 신뢰를 얻어 스포츠로 비유해 승자 쪽에 가까웠다는 판정을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 이다. 과거 무사안일과 보신에 급급했던 음성적 비공식 체계인 "악습"이 되풀이되는 한 병영문화 개선은 공염불(空念佛)일 뿐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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