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정' 이랑께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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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4/2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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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을 떠 올리면 함께 생각나는 말이 인연(因緣) 이다.
 
불교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통상 사람간의 만남을 시간의 관점으로 이야기 할 때 사용한다.
 
서양의 시간 단위를 사용하기 전 동양은 참 멋스럽게 시간을 표현했던 것 같다.
 
우리의 대중가요 중에 "만남" 이란 노래가 있다.
 
이 노래는 연인의 운명적인 만남을 노래하지만, 그 만남에는 '바람(願)'이 있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이견이 없다.
 
모든 만남은 자신이 알든 모르든 어떤 바람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남은 그 바람의 기대치를 넘어설 때 감동과 변화가 생기게 된다.
 
만남!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처럼 크고 작은 만남을 경험한다.
 
만남은 서로가 그 만남 이전에 겪고 지내온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리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고 바람이 있었고, 수백 겁의 기다림 끝에 이루어 진 것에 동의한다면, 이 만남을 소중히 생각 할 필요가 있겠다.
 
그 관계가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감사하면 감사한대로 영향력은 서로에게 전달되고, 그로 인해 새로운 변화는 시작된다.
 
결국, 만남은 한 사람의 일생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엄청난 사건이 아닌가 말이다.
 
필자는 지난 18일 근대문화유산 213호로 등록된 정읍시 진산동 다유락(옛 영모재 永慕齋)에서 봄의 정취를 즐기고 있는 민간 향토사 연구모임인 "정읍학연구회"(회장 김익두, 전북대학교 민속학 교수) 회원들의 "화전놀이"에 우연히 참여했다.
 
길이 사모하는 마음을 담은 영모재의 정취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정갈한 기와가 얹어져 있고 높은 축대 위에 올라앉은 본채는 소박했지만 귀품과 위엄이 흐르고 있었다.
 
구한말 궁중에서 쫓겨난 악사들이 기녀들에게 그림, , 음악, 춤 등 기예를 가르치고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고 호롱불 밝혀 사서삼경을 읽던 모습이 그려졌다.
 
아궁이에 장작불 지펴 구들장을 데운 아랫목, 밤이면 창호 문 사이로 은은한 달빛이 새어드는 풍경, 한옥에서만 피어오르는 멋스런 정취, 숨어 있는 보물을 찾듯 만날 수 있는 진귀한 민화들, 마당 아래쪽 우물이 원형 형태로 보존돼 포근함까지 느끼게 했다.
 
옛 선비들 체취가 밴 고즈넉한 고택에서 머무는 일은 매력적인 전통 생활문화 체험 방식이지만, 아파트 등에 길든 이들에겐 불편한 숙소임이 틀림없다.
 
씻고 자고 먹고 볼일 보는 장소가 제각각이고 공동시설이라는 점, 비좁은 공간과 엄숙한 분위기, 방음이 되지 않아 보장받기 어려운 사생활 등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사정을 반영해, 최근 전통 한옥의 멋과 편의성쾌적성을 접목시킨 말 그대로 무늬만 한옥이 잇따라 선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할 뿐이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전통한옥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어른들에게는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힐링 문화공간으로 다유락(옛 영모재 永慕齋)이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다른 세상에 뚝 떨어져 나와 살고 있는 것 같다.
 
따뜻한 햇살아래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벚꽃들이 활짝 피어 눈부시게 아름답고 화창한 계절이 돌아왔지만 세상 돌아가는 모습은 그렇지가 않다.
 
한 쪽에서는 자원외교 비리 의혹과 관련,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남기업 고() 성완종 회장의 관련 여부를 놓고 정치권이 벌집 쑤신 것 같이 난리다.
 
봄이 봄 같지 않고 우리 마음을 어둡고 슬프게 하는 일들이다.
 
성완종 비리 리스트에 관해 생각해 보자.
 
성씨가 언제부터 누구와 어떤 비리결탁이 있었는지는 아직 객관적 사실로 확인된 것은 없지만 여야 간에 "피 터지는" 정치싸움거리가 생겼다.
 
그런데, 나라를 위한 다툼이 아니라 나라야 어찌되든 상대방을 물어뜯고 골병들이기 위한 싸움판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성완종 리스트"에 전 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이름이 셋이나 올라와 있다.
 
본인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며 극구 부인하지만 세상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다.
 
지금으로선 누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고 반문해도 어쩔 수 없는 형편이다.
 
()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헬스클럽에서 돈을 줬다고 했는데 김기춘 전 실장이 해당 헬스클럽 회원권을 갖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고 성 회장이 죽기 전 한 언론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012년 대선 당시 홍문종 의원이 조직을 관리하도록 2억원을 줬다"고 했는데 홍의원은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 전국 조직총괄본부장이었다.
 
현 이병기 비서실장에 대해선 "(내가 말하면) 물러 날 텐데"라고 했다.
 
그러니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본인들이야 억울하겠지만 "누명"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일에 박 대통령 측근들이 연루된 것이 확인된다면 대통령은 스스로 팔다리를 잘라낸다는 각오로 법대로 독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렇게 하는 것이 지금까지 쌓여온 우리 사회의 적폐를 도려내는 것이고 부정부패의 뿌리를 송두리 채 캐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하고 모두 정신을 차리자.
 
그리고 이 나라를 위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큰 생각을 갖고 큰 걸음을 걷자.
 
나라야 망하든 말든 "패거리"만 생각하는 정치 싸움, 남들이 손가락질을 하든 욕을 하든 "나"만 생각하는 고집불통들이 여기저기서 허구한 날 충돌하고 깨진다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까 
  
 진달래, 배꽃, 유채꽃 등 봄꽃이 띄워져 운치를 자아내 화려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서러운 빛이 깃든 "역지사지"(易地思之)란 사자성어를 떠올리며 "이게 술이여, 아니여, 그럼 뭐여, 정이랑께" 라는 건배사와 함께 '화전' 한 잎에 막걸리 한 모금을 입에 넣으니 달큰하면서도 산뜻한 맛이 느껴졌다.
 
이 나라에 봄은 언제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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