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제34회 스승의 날을 맞아 전북도교육청은 근정포장 1명, 대통령표창 3명, 국무총리표창 3명, 장관표창 213명, 교육감표창 330명 등 총 550명의 유공교원에 대해 정부포상 및 표창 전수식을 갖고 그 공로를 치하했다. 모두 교육현장에서 바른 인성과 창의성을 갖춘 유능한 인재양성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교원들이다. 어려운 교육여건 속에서도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남다른 사명감으로 교육에 헌신해온 이들에게 다시 한 번 지면을 빌어 축하와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하지만, ‘스승의 날' 교사들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생일과도 같은 날이었는데도 즐겁기는커녕 움츠려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학생과 스승, 교사와 학부모 간의 관계에서 교육계의 사막화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선물을 주고받는 것에 너무 민감해져 있다 보니 가능하면 서로 안 보려는 분위기가 역력해 많은 학교가 가급적 조용하게 보냈다. 가벼운 행사로 아침을 보내고 학생들을 일찍 하교시키는가 하면 학교장의 재량으로 휴교를 결정한 학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학생들이 빠져나간 학교에 남은 교사들은 잔무를 처리했거나 조촐한 파티를 열며 자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스승의 날은 스스로 승승장구를 기원하는 날'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야말로 학생들에게는 빨리 마치는 날, 교사에게는 정체가 모호한 날일 따름이었다. 물론, 학부모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촌지 ‧ 선물 수수에 대한 교육 당국의 감시가 한층 강화되면서 담임교사들로부터 선물을 받지 않는다는 공문을 받긴 했지만, 그래도 ‘스승의 날' 이라는 심리가 아직까지 부담으로 남아 있는 학부모들이 있을 것이다. 혹시 나만 선물을 안 보냈다가 내 아이가 혹여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불안할 따름이며 이래저래 스승의 날이 점점 계륵 같은 존재가 되고 있는 셈이지만 그나마 이 정도에서 그치면 다행이 아닐까 싶다. 사랑과 존경을 받기는커녕 홀대받고 무시당하는 등 교권침해로 상처를 입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실제로, 한국교총이 스승의 날을 맞아 교권침해 상황을 조사해보니 매년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2005년에 178건이던 교권침해사례가 지난해 439건으로 늘었다. 이 같은 통계는 겉으로 드러나고 신고가 접수된 사례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사와 학부모간의 갈등이 가장 많았고, 교사와 학생 간 갈등이 그 다음이라 한다. 이런 실정이니 교직 사기(士氣)가 말이 아니다.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응답이 75%였다. 5년 전 2010년 응답 63.4%보다 11.6%포인트 높아졌다. ‘교권 보호를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46.2%), ‘정부‧교육청의 각종 정책 범람 방지'(22.7%) 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원의 사기는 교육의 질과 직결된다. 교단의 풍토를 바꾸는 것은 무엇보다 책임감 있고 직업윤리가 투철한 교사들이 많아야 하겠지만 학부모와 우리사회의 인식개선도 절실하다. 스승의 날 기념행사에 앞서 교권이 바로서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싶다. 아울러, 공무원연금 개혁 여파가 교원들의 명예퇴직을 부추기고 있어 더욱 걱정이다. 그동안 학생 지도의 어려움이나 교권침해에 의한 사기저하가 명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지난해 정부의 공무원 연금 개혁 방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이 같은 추세가 두드러져 벌써부터 우려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교원 인건비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당에 해당하는 명퇴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명퇴제도가 교사들의 인사적체 해소에 분명 도움이 되지만 공무원 연금 개혁 등과 맞물려 한꺼번에 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에 남아 있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전가될 게 뻔하다. 특히, 명퇴교사가 기간제 교사로 재취업하는 현상까지 가속화되고 있어 씁쓸한 뒷맛을 남길 뿐이다. 교사의 세대교체나 근로환경개선과 같은 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하기 보다는 교사수급에 전전하는 모양새는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닌가! 이런 상태에선 공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교사가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제도는 물론이고 교사생활의 매력도를 높이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끝으로, 교사들의 불요불급한 잡무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사의 행정업무 부담을 덜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필자의 당위성에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요’라고 지적 할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본다. ‘교육행정 다이어트'가 교육행정 개혁의 신호탄이자 공교육 정상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변한 게 별로 없다는 하소연이 일선 학교에서 터져 나오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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