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유행어가 있습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진정되어 갑니다. 아마도 시민 여러분들의 성숙한 대처와 방역체계가 부러워 물러서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모두가 처음 맞는 감염병이라 대응이 미숙했습니다. 하지만, 되짚어 미숙함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전화가 빗발칩니다. “의심증상이 있으니 메르스 검사를 받고 싶어요.” “환자나 격리자가 어디에 사나요? 내 아이는 내가 지킬 거예요. 걸린다면 당신이 책임질 거예요?” 이렇듯 크게 두 가지 유형입니다. 첫째, 검사에 대한 내용을 말씀드립니다. 비슷한 증상을 가진 질병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진단과정 중 원인병원체를 만났는지의 여부가 가장 우선시 됩니다.
결핵환자와 접촉한 경우라야 결핵을, 메르스환자와 접촉한 경우라야 메르스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가능성이 없다면 검사는 불필요합니다. 그게 과학이고 상식입니다. 더욱이 지금은 희소성의 원칙을 따릅니다. 훗날 검사가 보편화되어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훑듯 검사하는 의사보단 필요한 검사만 하는 소신 있는 의사가 여전히 신뢰받을 겁니다. 둘째, 질병전파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달나라를 갈망하는 민들레홀씨의 소원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병원체는 기침을 통해 수 미터를 이동하고 오염된 손을 통해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할 수 있다지만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로 유입을 차단한다면 감염병 환자들도 우리의 이웃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이게 상식이고 과학입니다. 우리와 구분된 공간에 있는 환자와 격리자들 때문에 염려하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의사인 제게도 질병은 무서운 존재랍니다. 하지만, 적을 알고 대응하면 백전승하 듯 질병에 대해 알고 실천하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킬 수 있습니다. 지킬 것을 잘 지키는 저는 오늘도 초등학생인 자녀들과 뽀뽀와 포옹으로 아침인사를 나눴답니다. 출근 후 인사를 나눈 보건소장님 그리고 보건위생과장님께서 “우리들 오늘도 밥값을 합시다”며 독려하시네요. 의료 수준을 높이는 데는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합니다만 의식 수준을 높이는 데는 마음의 문을 여는데 걸리는 시간이면 족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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