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읍시 산외면에 둥지를 튼 대표적인 조선시대 양반 가옥인 김동수 가옥 인근에 있는 권번예술원. / 사진제공 = 정읍시청 © 이창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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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시 산외면에 들어선 권번문화예술원 명칭을 놓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권번이라는 명칭이 일제시대 기생들의 기적(妓籍)을 두었던 조합을 부르는 이름으로 일본식 명칭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 개원한 권번예술원은 지난 2013년부터 국비10억5천만원과 시비10억5천만원 총 21억원을 들여 건립, (사)한옥마을사람들의 고혜선 대표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양반가옥인 김동수 가옥(중요민속문화재 제26호)인근에 들어선 권번예술원은 숙박시설과 전통문화예술 체험공간을 갖추고 있다.
안채와 사랑행랑채, 별채 총 3채의 한옥으로 구성됐고 외형은 전통 한옥이다.
내부는 한옥의 공간배치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식 편의시설을 갖췄다.
이처럼 조선시대 대표적인 양반 가옥이며 정읍의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김동수 가옥 인근에 일본식 명칭을 사용한 건물이 들어선 자체가 모순이다는 지적이다.
특히 명칭 사용을 두고 문광부에서 권번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는데도 불구하고 정읍시가 이를 무시하고 일본식 명칭을 고집한 이유에 대해서도 이해 할 수 없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실제로, 정읍시의회 제204회 정례회 시정질문을 통해 안길만 의원이 이 같은 오류를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했다.
안 의원에 따르면 "권번예술원은 광주 권번의 상량과 부재 일부를 옮겨 온 것이며 정읍의 전통 역사가 살아 있는 김동수 가옥 인근에 왜 하필 일제의 문화를 그대로 옮겨 왔는지 의문스럽다”며 "특히 일제의 만행이 가장 악랄했던 1928년 시기에 건립된 광주 권번의 상량과 부재를 사용한 것도 모자라 명칭까지 일제의 잔재를 사용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또, 안 의원은 "이 같은 행위는 우리 정읍의 정통성과 역사성과는 동 떨어지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생기 정읍시장은 안 의원의 시정질문에 대해 "김동수 가옥 일대를 활용 할 방안을 강구하던 중 고택문화체험관이란 명칭으로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획기적인 명칭이 필요해 권번문화예술원이란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시장은“고택체험관 활성화 차원에서 시·서·화 전문예술인 양성과 일반 시민들에게도 우리 전통 문화 습득의 기회를 주며 이를 계기로 정읍의 문화예술을 더 발굴해보고 싶어 권번이라는 명칭을 사용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논란에 대해 권번예술원 고혜선 대표는“한국 역사에서 조선 후기를 잇는 근대 기생조합의 후신이었던 권번의 역사를 전승하고 싶었다”며“권번 문화의 온전한 부재가 사라지는 것을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지나칠 수 없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고 대표는 이어“이처럼 권번이 지닌 진정성 있는 우리의 예술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 나가겠다”며“시대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권번의 명칭을 바꿀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이런 논란 속에 지금이라도 권번이라는 일제 잔재 용어를 버리고 명칭을 바로 잡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