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정의는 곧 시대정신이다!
서남분실장 이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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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7/1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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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이 가격에 가져가실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방금 채널을 돌리신 분들은 이 특가 찬스를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습니다.”
 
일요일 저녁 모처럼 지인을 만나기 위해 외출을 서두르다 안방에서 거실을 통과하던 필자는 못 볼 걸 보고야 말았다.
 
불과 2주전에 바로 내가 구입했던 물건이 40,000만원이나 인하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순간이었다.
 
아직 개시도 하기 전인데 어떻게 한 달도 되지 않아 특가찬스라는 이름 아래 할인판매가 될 수 있는지! 해명을 들어야 했다.
 
일요일이라 홈쇼핑 담당자와는 직접 통화할 수 없었고 상담원에게 자초지종을 캐물었다.
 
물건을 할인하는 기준과 기간은 무엇인지, 그럼 애시 당초 고가에 구입했던 사람들에게 홈쇼핑은 사기를 치는 게 아니냐, 상담을 하고 있는 당신 같으면 이런 방송을 보고 가만있겠느냐고 말이다.
 
상담원은 또박또박 따지는 필자에게 가격인하는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자신은 어떤 말도 해 줄 수가 없다고 답변했다.
 
월요일 담당자와의 통화를 원한다는 메모를 잘 해두라고 분명히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후 필자는 지인과의 만남을 뒤로한 채 홈쇼핑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 물건에 달린 100여 개의 상품 평 가운데 이 같은 경우를 당한 사람의 글이 4개가 탑재돼 있었다.
 
그런데, 이들의 경우 구입 후 반품기한인 15일이 지나지 않아 기존의 결제금액을 취소하고 할인가로 재구입 한 사람이 2명이었고 나머지 2명은 사기 치냐고줄줄이 항의성 글만 작성해 놓고 있었다.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했다.
 
대기업 홈쇼핑을 상대로 한 싸움이다.
 
법적 대응방안 없이 허투루 덤볐다간 그냥 당하겠다 싶어 몇 가지 고민을 했다.
 
일단 담당자가 전화 오면 어떻게 따져야 할지 이성적인 시나리오를 뇌리속에서 그려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월요일, 드디어 담당자의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고객님께서 지난번 구입하신 물품을 인하된 가격으로 재 결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사용하신 카드 뒷 번호 좀 불러주시겠습니까?”
 
주말 동안 생각했던 필자의 대응방안은 한순간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담당자라고 지칭한 사람은 조금도 쉬지 않고 친절한 어투로 말했고 카드 번호만 말한 체 전화통화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담당자의 대응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인하된 가격으로 해 줄 테니 조용히 입 다물고 계세요로 정리된다.
 
가격인하를 알고 따지는 사람에겐 반품기한이 지나도 특가로 재 결제 처리를 해주고, 모르고 지나간 사람들은 그냥 고가에 구입한 체 당하는 게 요즘 세상인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뒤돌릴 수 없어 상념에 빠져있던 순간 “40,000원을 가지고 그 난리를 치느냐고 룸메이트가 말했다.
 
아파트를 1억 원씩 할인분양도 하는 세상인데 물건 몇 만 원 낮춰 파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바로 이게 문제다.
 
따지지 않으면 도통 당하고 사는 세상이니까 말이다.
 
, A씨는 집 전화와 인터넷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와 통신회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요금을 깎아 줄 테니 다른 곳으로 옮기지 말아달라고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잘 따지는 게 세상살이에 훨씬 영리함을, 모르고 지나간 사람만 불쌍한 세상이라는 것은 우울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어쩌면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는 그대로 착하고 정의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당하고 사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다수라면 평범하고 소박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직 정의는 살아 있구나 생각하고 살 정도는 돼야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정의는 곧 시대정신이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 대다수가 상실감을 안게 되는 것은 정의의 부재를 의미한다.
 
정의가 불의를 이기는 나라, 윤리의식과 도덕성이 높은 기업과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우리 소시민은 뜨겁게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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