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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길 칼럼】사회안전망
전북취재본부 편집인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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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1/1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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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혼자 집에 가는 밤길, ‘저벅저벅누군가의 둔탁한 발소리가 내 뒷덜미를 잡는다.

 

두 눈이 뒤통수에 달리고 귀가 쫑긋 선다.

 

어깨가 움츠려든다.

 

낮선 발소리 그 자체만으로도 공포가 된다.

 

골목이 깊어질수록 공포는 가중이 된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있어도 동행이 되지 못한다.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한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야 할 골목길이 잠시나마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잠재적 가해자로 만든다.

 

5분이나 10분 남짓한 시간이면 도착할 우리 집이 정말 멀다.

 

집에 도착하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큰 숨이 절로다.

 

사회가 워낙이 흉흉하니 내 가족, 애인이 어두운 골목길을 홀로 걷는다는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이 우리사회가 불안하다고 할 정도로 성폭력과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으로 도배가 됐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은 비단 밤길 같은 불안뿐만이 아니다.

 

사회안전망뿐만이 아니다.

 

가계살림이 쪼그라들고 있다.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금리가 꿈틀대면 빚내어 산 집도 불안하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이력서를 100통이나 썼다는 20대 중반의 아들 친구는 "그럴듯한 직장에 취업만 된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며 한 숨을 짓는다.

 

하우스 푸어가 된 직장인들 역시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줄 수 만 있다면 누구라도 지지 하겠다"며 이 또한 한 숨이다.

 

자영업을 전전 하던 치킨집 주인은 장사의 숨통만 터 준다면 바랄게 없다고 말을 건넨다. 50대 중반의 회사원은 퇴직자의 현실적 일자리 대책이 절실 하단다.

 

살기가 갈수록 팍팍 하다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산다.

 

모두라 할 정도로 국민들은 지금 기득권층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그리고 너무도 절박하다.

 

미래는 오늘이 쌓이는 것이다.

 

저절로 오는 게 아니다.

 

민생은 뒷전이고 허구한 날 내가 하는 로맨스고 네가 하는 것은 불륜이라는 정치로 '오늘'이 아무리 쌓인들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국민들의 오늘은 암울하다.

 

팍팍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그들의 질문에 국가와 정치가 답을 할 때다.

 

여론의 주문을 요약하면 여야 가릴 것 없이 먹고 사는 문제에 머리를 맞대고 여기서 경쟁하라는 것이다.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하라는 뜻도 들어 있다.

 

정치는 대중과 사회를 향해 말을 걸어야 한다.

 

이웃과 이웃이 처마를 맞대고 어깨를 맞대고, 이야기를 맞대고 가슴을 맞대고 살수가 있도록 해야 한다.

 

가족, 그리움, 기다림, 이웃들이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이든 잘 먹고 잘하는 공부는 아니더라도 말썽부리지 않고 학교 거르지 않고 잘 다니는 아들이, 딸이 그저 대견해서 고단한 줄 모르고 삶을 감내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줘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며 한 마디 위로에 만족한다.

 

무슨 심오한 깨달음이 담겼다 하더라도 혹은 원대한 무슨 마음 그림이 그려졌다 하더라도 국민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면 안 된다.

 

정치는 친근하게 내 일상과 내 가족의 고민을 해결 해줘야 한다.

 

삶의 어간에 정치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사회의 최고의 가치는 국민 모두가 마음을 편하게 하는데 맞춰져야 한다.

 

정치에 국민의 삶이 사라져 버렸다.

 

지금 우리는 밤길이 무섭고 삼시세끼 먹는 음식이 꺼림직 하고 학교폭력이 무섭다.

 

취업이 어렵고 저울로 달아 내쫒는 해고도 무섭다.

 

정치는 밥 거르지 않고 일터로 갔는지 한뎃잠은 자지 않는지 자나 깨나 걱정이 떠나지 않는 부모의 심정으로 튼튼한 사회안전망 만드는데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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