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최순실 게이트'로 휘청거리고 있다.
가뜩이나 나라 안팎으로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대통령의 국정 동력까지 급속히 약화되면서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이 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대통령 입만 쳐다보던 관료들이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거국중립내각이니 책임총리니 하는 새 지도체제에 관심이 쏠리면서 긴급한 경제 현안들이 방치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우려는 지난달 31일 정부가 내놓은 '조선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발표에서 최고 관심사는 대우조선해양 처리 문제였다. 정부의 해법은 기존의 '연명치료'를 당분간 이어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1년간 대우조선의 상황이 훨씬 악화됐음에도 2018년까지 그대로 끌고 가 차기 정부로 처리를 넘기는 선택을 했다.
정부는 고강도 자구안과 사업 재편을 유도해 대우조선이 회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태에 따른 국정 공백 상황에서 어려운 판단을 하지 않겠다는 속셈이 읽힌다.
우리 경제는 이미 빠져나오기 어려운 늪에 갇힌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동향에 따르면 생산과 소비 모두 상황이 심각하다.
소비는 지난달보다 4.5% 줄었다.
2011년 2월 이후 감소폭이 가장 크다.
산업생산도 전월보다 0.8% 줄어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우리 경제를 견인했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갤럭시노트7 단종과 대규모 리콜 사태로 절룩거리는 등 기업들의 영업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시한폭탄이 돼 있고 실업률은 9월 기준으로 11년 만에 최악의 수치를 보여 주고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경제를 챙길 그룹은 미우나 고우나 현 정부 경제팀이 될 수밖에 없다.
새 지도체제가 수립될 때까지는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비롯 경제 관료들이 위기 대응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관리 및 조선, 해운 구조조정 추진 및 내년 예산안 처리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대부분 민생과 깊이 연관돼 판단을 미룰 수 없는 문제들이다.
경제를 오래 챙겨 온 경제 관료들이 '우리 임기 안에만 탈이 나지 않으면 된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버려야 경제 회생도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