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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자녀들 목숨 앗아간 흉악범이..친모?!
40대 주부, 생활고 비관 두 자녀 잔혹하게 살해한 뒤 잠적…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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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3/09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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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에서는 지옥 중에서도 고통이 가장 심한 곳을 8열 지옥중 하나인 ‘아비(阿鼻)와 규환(叫喚)’이라고 한다.

‘아비’는 범어의 avici를 음역한 것으로 “끊임없음”을 뜻한다고 하는데 끊임없이 고통을 겪는 지옥을 말하고 ‘규환’은 범어의 Raurava를 한문으로 옮겨 “울부짖는 소리”를 가리켜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이 고통에 못 이겨 계속 울부짖는다는 것이다.

▲ 김현종 기자     ©브레이크뉴스
여기에 ‘아비지옥’은 8대 지옥 중 가장 아래에 있는 것으로 고통이 잠시도 그칠 날이 없어 이곳에 떨어지는 순간부터 하루에 수천번씩 죽고 되살아나는 과정을 거치며 잠시의 평온도 누릴 수 없는 반복 속에 죄의 대가를 다 치른 후에 끝난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전생에 살생․질투․절도․음탕․음주를 일삼은 자들이 떨어지는 ‘규환지옥’은 물이 펄펄 끓는 거대한 가마솥에 빠지거나 불이 활활 타오르는 쇠로 된 방에 들어가 뜨거운 열기로 고통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아비규환”은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하는 참상’을 두고 일컬어지고 있다.

경제 불황의 그늘이 전국을 뒤덮어 실업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황금만능․인명경시 풍조에 인간성마저 저버린 충격적인 범죄 유형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흉포화로 치닫고 있어 우리가 사는 지금 세상이야 말로 마치 “아비규환”의 지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쳐간다.

지난 8일 새벽 3시께 채무로 인한 생활고를 비관해오던 40대 주부가 전북 부안군 격포면 한 모텔에서 자신의 큰딸(10)의 손과 발을 묶은 뒤 욕조에 빠트려 익사시킨 뒤 30분 후 잠을 자고 있던 작은딸(7) 마저 잔혹하게 배개로 눌러 살해한 행위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본다.

물론, 경찰의 수사를 끝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했을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기에 자녀들의 목숨을 앗아간 흉악범이 엄마라는 사실은 차마 믿고 싶지 않은 허탈감과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아무리 생활고와 빚이 짓눌렀다 해도 미처 피어나지도 못한 꽃대를 싹둑 잘라 버린 빗나간 자식사랑은 인명 경시에 앞서,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쯤으로 인식하고 제 자식이니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자녀관을 여실히 증명한 이번 사건은 정신적으로 병들고 부패한 우리 사회에 대한 큰 경종이 아닐까?

부디, 아이들의 생일이 돌아오면 그들이 좋아하는 MP3나 핸드폰 선물을 사주는 대신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의 회상록 중 자신의 아들을 위해 남긴 기도문을 한번 쯤 되새기도록 해보자!

진정 자녀들을 내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 지․그들에 대한 아버지, 어머니로서의 요구와 기대가 자식과 이 사회에 조금도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자부할 수 있는지 한번쯤 진지하게 반성해보면 어떨까 싶다?

가정불화와 생활고를 고민하던 엄마 때문에 싸늘한 모습으로 영안실에 누워있을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영안실 문을 나서는 순간 그 어디선가 “불가의 ‘아비’와 ‘규환’처럼 울부짖는 세상이 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발걸음이 무거울 뿐이었다.

“내게 이런 자녀를 주옵소서/ 약할 때에 자기를 돌아볼 줄 아는 여유와/ 두려울 때에 자신을 잃지 않는 대담성을 가지고/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태연하며/ 승리에 겸손하고 온유한 자녀를 내게 주옵소서 (중략)”

/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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