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다가오고 있는데 물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고 있다.
이번 설은 제수비 걱정에 서민들의 주름살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최근 생필품 등 물가 상승에 대응해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키로 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시장의 자율 기능이 점차 중시되는 상황에 정부가 물가를 인위적으로 통제하기는 어렵다.
디플레이션에 가까운 침체경기의 탈출 방편이 필요한 정부로서는 종전처럼 물가에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도 적었던 게 사실이다.
실제 정부는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경상성장률'을 은근히 강조하고 한국은행도 2% 단일 물가목표를 내세운다.
간접적인 물가 띄우기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서민의 밥상물가는 천정부지로 뛰고 있을 뿐이다.
물가가 조금 올라도 소득이 늘어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실질 가계소득은 2015년 3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정체되거나 감소했다.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에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40대 가구주 가계의 월 소득마저 지난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감소(0.03%)했다.
그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한다고 한다.
성영훈 위원장은 지난 10일 "식사(3만원)‧선물(5만원)‧경조사비(10만원) 상한 기준이 절대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고 밝혔다.
최근 청탁금지법의 합리적 조정 방안을 검토하라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시에 따라 시행령 개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관공서와 병원 등의 청탁이 줄고 과도한 접대 문화가 개선되는 긍정 효과가 있었고 여론의 반응도 우호적이다.
지난해 12월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현재의 가액기준이 적정하다'는 의견이 55.2%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에 따른 소비위축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경제적 피해는 서민 생계와 직결된 음식‧농‧수‧축산업계로 집중됐다.
5만원 상한선에 맞추기 위해 국내산 농‧수‧축산물 선물세트가 값싼 수입산으로 대체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오죽했으면 농‧수‧축산업계가 '설과 추석 명절만이라도 배제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겠는가.
정부가 청탁금지법 시행령 검토에 착수한 것은 우리 경제의 현실을 고려한 조치로 판단된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폐업 역시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12월, 외식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살펴보면 '전년보다 매출이 줄었다'고 밝힌 사람이 10명 중 8명이 넘었다.
부패 척결을 위한 청탁금지법의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취지가 좋다고 결과까지 좋으리란 법은 없는 만큼, 식사‧선물 상한선은 우리 실정에 맞게 고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굳이 시행령만 손볼 일이 아니다.
이번에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삭제된 청탁금지법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복원하기를 바란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은 빨리 수선할수록 좋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