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을 하는 수법으로 지적장애인 수십명을 노예처럼 부리고 성매매를 알선한 일당이 무더기로 해경의 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해양경찰청 광역수사팀은 9일 수년 동안 지적장애인 수십명을 외딴 섬 양식장 등지에 팔아넘기거나 어선 등에 강제로 태워 ‘노예’처럼 부리고 임금을 착취하며 인권을 유린한 이 모씨(47세)를 약취․유친 등 혐의로 구속하고 범행을 도운 또 다른 이 모씨(53)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해경에 따르면 총책․모집책․관리책․성매매알선책 등으로 역할을 나눈 이들은 지적장애인과 길거리 노숙자 등에게 “먹여주고 재워주며 돈도 벌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유인하는 수법으로 군산과 목포 지역 어선과 낙도 등지에서 강제로 일하게 한 뒤 30년 동안 임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구속된 이씨는 지난 1992년부터 지적장애인 수십명을 유인해 자신이 전북 군산에서 운영하고 있는 여관에 투숙시킨 뒤, 일당과 함께 어선과 낙도 양식장 등에서 강제로 일하게 한 혐의다.

이씨는 또, 알선책 역할을 담당한 또 다른 이 모씨(53세)에게 유인한 이들의 성매매를 알선해 주고 화대 등의 명목으로 임금 등을 갈취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씨는 자신의 친모로부터 이 같은 일을 대물림 받아 모친이 살아생전 관리한 100여명 가운데 70여명을 목포 등지 선박과 섬 등에 팔아넘기는 한편 지적 연령수준이 낮은 30여명을 노예처럼 부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피해를 입은 지적장애인 가운데 19세 소년기 시절에 붙잡혀 30여년 동안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일을 한 은 모씨(47․사회적응연령 10세 미만)와 4년간 강제노역에 시달린 최 모씨(46․사회적응연령 9세 미만) 등은 임금은 물론 작업 중 부상까지 입었으며 수협 등에서 나온 보상금마저 모두 빼앗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 등은 특히 지적장애인들을 관리하며 이들 명의로 사망과 부상에 대비한 보험을 강제로 가입하게 한 뒤, 자신의 아들이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치밀함까지 드러냈다.

한편, 강제노역에 시달려온 지적장애인에 대한 심리진단결과 이들의 사회연령은 9.25세에 불과했고 사회지수 역시 19.8세로 일상생활 적응수준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전북 군산 등지에 이 같은 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공조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선박과 낙도 등지의 인권유린 실태에 대해 일제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