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문에 전국이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무책임 정부와 무개념 농가가 자초한 '인재(人災)' 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7일 "전국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 대상 1,239곳 가운데 876개의 검사를 마친 결과, 무려 60개 친환경 농가에서 '살충제 계란'이 무더기로 검출됐다"고밝혔다.
이들 농장의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프로닐'은 사람의 간 등을 해치는 독성살충제로 닭 농가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살충제 계란 문제가 불거진 건 1년 전이다.
당시, 정부는 전국 산란계 농장의 4%를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피프로닐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극소수의 샘플 조사를 통한 결과인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같은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 4월 한국소비자연맹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산란계 농가 탐문조사에서 61%가 닭 진드기 때문에 살충제를 쓴 적이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국내에서 '피프로닐'계란이 확인되기에 앞서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산 달걀과 닭고기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호언은 무능‧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살충제 계란 대란 와중에 '친환경 인증제'의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나 충격을 던져줬다.
일반 농가보다 친환경 농가에서 살충제 계란이 압도적으로 많이 생산됐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계란에 붙은 인증 마크 가운데 상당수가 '친환경'을 '친 살충제'로 둔갑시킨 엉터리 표시라 해도 정부는 할 말이 없게 됐다.
건강한 먹거리로 생산된 '친환경'인증이라는 '계란'을 먹었는데 결과는 상상도 못했던 현상으로 나타나 일반 소비자는 물론 정부의 인증제를 믿고 일반 계란에 비해 가격이 훨씬 비싼 친환경 달걀을 구매한 소비자는 더 큰 충격에 빠져 있다.
먹거리에 나쁜 성분이 들어있지 않고 고유의 영양소가 꽉 차 있는 먹거리를 만나기가 정말 쉽지 않은 현실이 개탄스럽다.
엉터리 인증의 가장 큰 책임은 친환경 인증을 많이 할수록 수익을 많이 내는 구조라 민간 인증기관이 인증을 할 수밖에 없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소관 부처인 농식품부와 부실 관리‧감독에 손을 놓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있다고 본다.
현행법에 따르면 인증은 민간이 하지만 관리원이 연 2회 관리 감독을 하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민간 인증기관 책임 및 농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친환경 농장이라면 유기합성 농약과 살충제를 축사는 물론 축사 주변에도 사용해선 안 된다.
하지만, 비용‧효과 문제로 농약을 쓰는 농장주가 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정부는 일단 친환경 농가에 대한 집중 점검은 물론 인증기관 관리 감독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부실‧허위 인증업체로 적발될 경우 업계에서 영원히 퇴출시키고 국민의 먹거리로 농간을 부린 만큼, 형사처벌까지 병행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싶다.
농가 역시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진다는 소명 의식을 다져야 하며 정부도 소비자들의 불신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수준으로 '친환경 인증 체계' 및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마크인 '햅섭인증' 체계를 전면 손질함과 동시에 사태가 진정된 이후 재발 방지 차원으로 관리‧감독‧지도 소홀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어 일벌백계로 다스려 줄 것을 주문한다.
아울러, 소비자도 과민반응을 자제하고 정부의 결과 발표를 지켜본 뒤 차분하게 대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