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40도에 육박하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인명사고 역시 속출하고 있다.
엊그제는 4살짜리 아이가 자신을 데려다 준 어린이집 통원버스에 갇혀 숨지는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참사(慘事)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7일 오후 4시 50분께 경기도 동두천의 한 어린이집 차 안에서 네살박이 A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어린이는 이날 오전 9시 40분께 다른 어린이 8명과 함께 등원하기 위해 이 버스에 탑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인솔교사가 동승했으나 버스가 해당 어린이 집에 도착한 뒤 A양이 내리지 않은 사실을 모른 채 버스 문을 잠근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어린이 집에 도착하면 안전하게 하차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운전자와 인솔교사의 기본 임무다.
취학 전 아이들은 스스로 상황판단이나 기본적인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래서 특별한 보호와 관리가 필요하고 이에 걸 맞는 안전기준이 있는 것이다.
아이가 홀로 버스에 갇힌 채 무심한 시간이 흘러갔고 비극으로 이어졌다.
이날 동두천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됐고 낮 최고기온이 무려 32.2도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밀폐된 차안의 온도가 어떠했을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7시간이나 지난 뒤 오후 4시 무렵이 돼서야 어린이집 교사가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가 결석한 이유를 물었다고 한다.
정상적으로 등원버스에 오른 어린이 부모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멀쩡한 아이가 자신이 다니는 어린이 집 버스에 갇혀 생사(生死)의 갈림길에서 몸부림을 처야 했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 목숨을 잃었다는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어린이들이 등원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가끔 발생해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순간의 실수나 오판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또 다른 안타까움을 던져준다.
정상적으로 등원했어야 할 아이가 7시간이나 부재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모두의 무관심속에 방치됐던 것이다.
인솔교사와 운전기사의 확인 과정에 1차적 문제가 있었고 이유 없이 등원하지 않은 아이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 과정도 없었다.
그 당연한 관심의 부재가 결국 참사로 이어지고 말았다.
왜 이런 일이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가!
정말 '안전한 어린이집은 요원(遙遠)하다'는 말인가.
사고가 발생한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보육 수준 등을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가까운 97점을 획득해 '안전한 어린이집'이라고 인정을 받아 다양한 지원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직무유기 내지는 업무상 과실 치사'가 아니라 '살인' 혐의까지 적용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에 경종을 울리기 바란다.
끝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과 사회적 절망을 안기는 이런 참사(慘事)가 두 번 다시 있어선 안 될 것이고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 및 어린이나 노약자를 비롯 주변의 취약계층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로 이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