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2박 3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평양순안공항의 열렬한 환영식을 시작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백두산 등반 일정에 이르기까지 남북대화 역사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방북이었다.
그러나 9·19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문재인-김정은 합의에 대한 평가를 놓고 대한민국 내부의 여론은 엇갈린다.
사실상의 종전선언이자 남북평화체제의 출발로 보는 긍정적 시각이 있다.
반면, 기대에 미흡한 북한 비핵화 실행조치에 비해 비무장지대의 군축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다.
여당과 진보진영은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견인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내용과 속도를 지지한다.
그러나 야당과 보수진영은 모호한 북핵폐기 협상이 불만이고 신속한 군축합의에는 안보불안을 느낀다.
어쩌면, 우리 내부의 이 같은 반응은 당연하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실현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방식과 수단‧속도에 대한 이견은 민주주의 체제의 건강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생각이 다르다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부터 2박 3일 동안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4‧5월 판문점 정상회담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회담은 북미회담이 교착국면에 빠진 상태인데다 판문점회담 성과를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 담판의 당사자인 북미 대화가 딜레마에 처한 상황이어서 안팎의 촉각이 모아졌다.
매우 민감한 국면에 이뤄진 제3차 평양정상회담은 일단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양 정상은 지난 19일 오전 2차 회담을 가진 데 이어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군사부문 합의서에도 각각 서명, 4·27 판문점선언을 이을 이행 방안에도 진일보한 성과를 냈다.
남북이 2월 평창올림픽을 기점으로 평화 국면으로 급선회한 남북관계 및 한반도 정세의 안정 기조를 이어가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번 회담은 올 들어 숨 가쁘게 진행돼 온 한반도 정세에 또 한 번 변곡점이다.
최근 비핵화를 놓고 북미‧남북 간의 미묘한 길항(拮抗)관계가 형성돼 왔고 한반도 정세안정의 최대 걸림돌이 돼 왔다.
북측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조치를 낼 것인가가 이번 정상회담의 키포인트였다.
이 관문을 넘어야 다른 문제가 풀릴 수 있다.
이날 공동선언에서 북측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 참관 하에 영구 폐기하고 추가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일단 그 실마리를 푼 것으로 해석돼 다행스러운 일이다.
남‧북이 전 방위 교류와 협력에 합의한 것도 큰 성과다.
비핵화라는 큰 걸림돌의 해법을 찾고 4월 판문점선언을 심화‧확산해 나갈 합의를 이룬 것은 향후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설치해 우발적 무력충돌을 막기로 한 것은 최근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 개소와 더불어 양 정상이 선언한 ‘전쟁 없는 한반도’에 성큼 다가서는 조치일 것이다.
연내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 착공식을 갖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정상화에도 합의했다.
금강산에 이산가족상설면회소를 설치하고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 유치에도 뜻을 모았다.
연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까지 지켜진다면 2018년을 기념비적 한 해로 만드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미국과의 관계조율이 그렇고 내적으로 정치권의 대승적 협력과 국민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회담의 성패는 인내‧의지를 필요로 하는 후속조치가 관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