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3년 11월 고부군 신중리 송두호의 집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사발통문. / 자료제공 = 한국학중앙연구원 © 이용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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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가 지난 8월 10일~9월 10일까지 동학농민혁명 법정 국가기념일을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전국 지자체로 보낸 가운데 전북도는 ▲ 고창 = 무장기포일 ▲ 부안 = 백산기포일 ▲ 정읍 = 황토현 전승일 ▲ 전주 = 전주화약일 등이 접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천안 전씨 대종회와 일부 시민단체가 "고부 없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일 제정은 역사왜곡"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 2016년 제20대 국회 출범 이후, 정읍 동학농민혁명 계승사업회(이갑상 이사장)가 유성엽(지역구 = 정읍‧고창) 의원에게 '국회차원으로 특별법을 개정해서라도 고부를 명기해 줄 것'을 청원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황토현과 고부, 특별법 제정일을 국가 기념일로 추천하는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정읍시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고창군 동학기념사업회(박우정 = 前 고창군수)가 당시 도종환 의원(현 문체부장관)에게 무장기포일‧삼례기포일‧집강소 설치일로 국가기념일을 추천해 달라는 국회청원에 나섬에 따라 이 개정안 역시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로 두 개정안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해 표류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돌연 문체부가 지난 8월 국가기념일 추천 공모 공문을 전국 각 지자체에 보내 현재 4곳의 지자체가 국가기념일을 추천한 상태로 오는 10월 17일 서울에서 전국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10월 공청회를 거쳐 지난 2월 이승우 동학기념재단 이사장과 이정희 천도교 교령‧이기곤 (재)동학유족회 이사장‧조광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등 5인으로 구성된 국가기념일 선정위원회를 통해 국가 기념일을 최종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읍 지역 일각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의 단초로 작용했던 '고부봉기'가 추천되지 않은 상태로 현행 특별법에 명기된 동학농민혁명의 시작 시점이 3월 이라는 점에서 자칫 '무장기포'가 기념일로 제정될 경우 학자들의 주장처럼 '고부봉기'가 단순 민란으로 폄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부봉기와 무장기포‧백산기포‧황토현 전투로 이어지는 기존의 조세문란에 초점이 맞춰진 역사 인식에 앞서 수운시대인 창도시대(創道時大, 1860년대)와 해월의 은도시대(隱道時大, 1880년대)를 거쳐 동학이 촉발(1890년대)될 수밖에 없었던 17~19세기 동안의 만연했던 신분차별과 수탈의 역사를 함께 되짚어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학의 촉발 원인이 되었던 조병갑(1889년 4월, 1차 부임)의 수세 징수에 대한 불만이 도화선이 되어 혁명에 앞서 교조신원 운동(1892년 4월, 조병갑 2차 부임)과 복합상소, 사발통문 계획(1893년)에 따라 고부봉기(1894년 1월, 조병갑 3차 부임)와 무장기포, 백산기포로 차근차근 농민혁명의 역사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고부가 배제될 경우 동학 기념일 자체가 무의미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전봉준 등의 동학 지도부가 1893년 1월부터 전라도 각 지역에 척왜·양을 외치는 창의문을 보내며 첫 번째 타도 대상으로 고부군수 조병갑을 징치하려 했었다는 점에서, 고부를 단순 민란으로 치부하고 무장봉기부터 비로소 혁명이 시작됐다는 해석은 지역 이기주의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현재 추천된 ▲ 무장 ▲ 백산 ▲황토현 ▲전주화약일 등의 당위성을 밝히는 10월 17일 공청회를 거쳐 기념일 선정위원회가 동학농민혁명의 국가 기념일 제정에 나설 경우 자칫 "고부의 역사는 시대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일 뿐만 아니라 동학의 바람직한 역사 또한 왜곡의 역사로 남을 것"이라는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일부 시민단체의 목소리와는 달리 정읍시와 정읍 동학관련 선양단체는 "선정위원회 구성원들이 판단하는 일인 만큼, 황토현 전승일이 확실하게 국가 기념일이 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