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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 甲질의 반복이 잠복…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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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1/0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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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乙未年새해 첫 주말을 맞아 모처럼 발길을 옮긴 서점가는 만화 '미생'이 좋은 목을 점거했다.
 
시리즈 만화물이 베스트셀러를 제치고 서점 중앙 홀을 꿰차고 있는 풍경은 낯설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미생'을 향하고 있었다.
 
20부작으로 기획돼 지난해 1220일 종영된 한 케이블 방송사가 제작한 드라마가 이례적으로 최고 시청률 10.3%를 기록하며 전국에 "미생신드롬"을 일으킨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 모두가 '미생'이었거나 '미생'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미생'의 초반부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격인 오상식이 고등학교 시절 절친 이었던 친구를 바이어로 만나 새로운 영업에 나선 극화다.
 
고교시설 절친 이었기에 오상식은 당연히 자신의 영업도 성공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정작 바이어와 영업 사원으로 만난 고교시설 절친은 ''을 했다.
 
술 접대를 바라고 오상식에게 갖은 굴욕을 안겼지만 돌아온 결과는 결국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통보뿐이었다.
 
더 더욱, 그 친구는 오상식에게 "넌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때 넌 같았다, 그래서 나도 질 한번 해보려고 했던 거다"라는 말을 남긴다.
 
미국 JFK공항에서 기내 땅콩 서비스 문제로 비행기를 회항시킨 슈퍼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졌고 급기야 그 주인공은 수인(囚人)의 신세로 전락했다.
 
사무장을 파일로 툭툭 치고 조종석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모자라 무릎을 꿇게 하고 비행기를 돌려 내리게 한 그녀에게 사회는 돌팔매질을 했다.
 
고생 모르고 자란 질의 대명사라느니, 오너 딸이라고 직원을 종으로 생각하는 안하무인이라느니 등등 그의 행위는 곧 그의 가족과 재벌 2, 3세들의 윤리관으로까지 확대 재생산되기까지 했다.
 
어디 이 뿐인가.
 
과거에 재벌 가족들이 벌인 질의 유형과 사례까지 낱낱이 되살아나 '' 시리즈가 지난해 연말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미생신드롬'이라 할 만큼 질에 대한 비아냥이 우리 사회에 반향을 일으킬 시점에 터진 이 사건은 시기적으로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 더욱 사회적 파급력이 크게 작용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자.
 
우리는 지금 ''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인 그들도 한 때는 '미생'이었고 ''이 아니었느냐 말이다.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이런 질의 반복이 잠복하고 있다.
 
문제는 질을 하는 이의 심리라 직언하고 싶다.
 
질을 통해 자신이 훌륭하고 인자하고 우월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다른 방법으로는 도무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방법을 몰라서 질이 아니면 스스로가 이라는 생각 때문에 견딜 수가 없기 때문에 그런다는 말인가!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싶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법에 익숙한 뇌세포는 끊임없이 질을 부추긴다.
 
비록 가방끈은 길다 할지라도 삶의 방식을 배우지 못했고 방법을 모르니 질이 최선의 치유책일 것이니까 말이다.
 
바로 그런 사회의 한 복판에 서 있는 것이 우리다.
 
그래서 질에 삿대질하는 사람들의 비아냥과 분노가 연민과 안타까움으로 바뀌는 사회를 희망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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