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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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1/1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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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강원도 횡성의 한 마을에 살고 있는 89세 강계열 할머니와 98세 조병만 할아버지가 14세 신부와 23세의 데릴사위로 만나 76년간 해로한,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내용의 영화다.
 
어쩌면 오래전 저 강을 건너간 모든 부모님들의 공통 사연일 수도 있건만 그동안 무심했던 자식들은 남의 부모를 통해 자신의 불효를 한탄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나이 든 부모들이 고향에 홀로 남아 힘겨운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며 혹자는 왜 자식과 함께 살지 않느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동안 자식을 키우느라 일생을 바쳤으니 이젠 자식의 등에 얹혀 편히 살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순리가 아니냐는 반문에 이 세상의 부모들은 대답 대신 의미 있는 미소만 흘릴 뿐이다.
 
자식도 품 안의 자식이지 출가시킨 후 빌붙어 살다가 부부간 불화나 일으키지 않을까 염려스러워 당신이 고생스러워도 며느리와 사위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부모의 속마음이다.
 
영화 속 두 노부부는 홀 노인이 아니기에 서로 가려운 등을 긁어 주고 아픈 마음을 달래주며 때로는 동심으로 돌아가 눈싸움도 하며 외롭지 않은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세월은 이들 노부부의 사랑을 언제까지나 용납하지 않았다.
 
세월은 인간의 마음을 철들게 하지만 육신엔 주름과 통증을 안겨 주는 마법사이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봄이 돼서 꽃이 피면 참 예뻐, 거기서 딱 멈추면 좋은데 가을되면 서릴 맞고 떨어진단 말이야. 다 헛되게~". 
  
초등학교 2학년 재학시절 부친을 여의고 15년 전, 어머니를 저 강 건너로 보내 드린 필자는 가끔 우리 부부 중에 누가 먼저 그 뒤를 따를까 망상에 젖어들곤 한다.
 
만에 하나 나 혼자 남는다면 세상이 멎어 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에 빠져 버린다.
 
"우리 할아버지는 내가 안 챙겨 주면 겨울옷인지 여름옷인지 몰라요"주인공 강계열 할머니의 대사는 나를 두고 한 말인 듯해 가슴이 씨근거렸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하루만 혼자 떨어져 있어도 나는 옷은커녕 끼니도 챙기지 못하고 밤잠을 설쳐 가능하면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한다.
 
이 세상의 자녀들아!
 
부모가 모두 생존해 계신다면 어느 분의 건강이 더 나쁘신지, 어느 한 분이 홀로 되신다면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면 어떨까 싶다!
 
아무리 내리 사랑이라지만 부모는 안중에도 없이 제 자식들만 챙겨 주지 말고 최소 1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얼굴을 보인다면 좋으련만.
 
자식을 키우느라 퇴직금과 비상금까지 모두 깡그리 내놓으신 부모를 모시고 있다면 부인과 남편의 눈치에 얽매이지 말고 비록 풍족하게 드리지는 못할 지라도 용돈을 드려야 한다.
 
여기서 잠깐, 부모의 생일상을 차려 놓고 부모님을 잘 모셨느니 못 모셨느니 공치사로 언쟁을 벌이며 부모님의 가슴에 못을 박지 마라는 말이다.
 
부모님의 눈물은 "우리가 부담스러운 짐짝이 안 될 터이니 다투지 말고 너희나 행복하게 잘 살아라!" 는 애끓는 호소가 담겨 있을 것이니까!
 
모의 자식 사랑은 70년 전 병을 앓다 먼저 간 어린 자식들에게 입히지 못해 가슴에 한이 됐던 내복을 뒤늦게 구입해 놓고 부부 중 먼저 강을 건넌 쪽이 저 세상에서 입혀 주자고 다짐하는 애틋한 마음이다.
 
부모를 향해 늙었다, 추하다, 소통이 안 된다고 등을 돌리지 마라.
 
몸은 황혼이지만 마음은 아직 사춘기 소년소녀로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아픈 상처에 '~~' 입김을 불어주며 동심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나름대로의 인생을 존중하라.
 
할머니의 손을 잡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할아버지!
 
자신을 병간호하다가 잠이 든 그 할머니의 얼굴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분은 할아버지밖에 없다.
 
산소 옆에서 "누가 할아버지를 기억해 주나? 나 말고 누가 할아버지를 생각해 주나? 우리 할아버지 불쌍해서 어떡하나?" 하고 흐느낄 수 있는 분도 부부인 할머니밖에 없다.
 
노부부의 딸처럼 뒤늦게 달려와 "아프지 마시고 죽이라도 드시라!"고 울부짖지 말고 두 분이 오래 동고동락할 수 있도록 평소에 관심을 가져라는 논리다.
 
물론, "자식을 키워 봐야 어미 속을 안다!"는 속담이 있지만 이를 깨닫고 효를 실천하는 세상의 자식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부디 저 강을 건너기 전에 을미년(乙未年)에는 강계열 할머니와 조병만 할아버지의 진솔한 부부애를 느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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