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닥을 드러낸 소양호. / 사진제공 = 부토 아티스트 서승아 © 이용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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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마른 소양호 바닥. / 사진제공 = 부토 아티스트 서승아 ©이용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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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마른 소양호. / 사진제공 = 부토 아티스트 서승아 ©이용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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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경기도와 강원도 지방의 채소 값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하지(夏至)인 22일, 오후 2시부터 이미 바닥을 드러낸 춘천 소양호에서 타들어가는 민심을 하늘에 전달하기 위한 국내 예술가들의 가뭄 해갈 퍼포먼스 ‘벼락’이 펼쳐진다.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에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일반적으로 하지 전후로 시작되는 본격적인 장마마저 일부 서해안 지역을 부분적으로 적시고 그쳐 오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경기 지역을 비켜가 이번 공연도 이미 바닥을 드러낸 소양호를 무대로 마련된다.
기상대는 올해 지난 2012년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태풍 볼라벤급의 태풍이 올 여름에 또 다시 닥쳐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그마져도 기약할 수 없이 늦어지고 있어 강원도 일원에서 농작물들과 함께 타들어 가는 민심을 하늘에 전달하기 위한 국내 예술가들의 퍼포먼스가 뜻 깊은 행사로 주목받고 있다.
소양호 기우제는 기존의 전통적인 기우제를 아티스트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독특한 공간인 메마른 소양호의 현장에서 일체의 행정적 지원이나 협찬 없이 아티스트들이 자발적인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하고 있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자타 공인 국내 최고의 마임이스트로 회자되는 유진규씨가 기획한 행사로 “해갈 퍼포먼스 벼락”이란 타이틀로 타들어가는 민심을 하늘에 고하는 기우제 형태로 펼쳐진다.
극심한 가뭄은 예로부터 통치자의 부덕으로 간주되어왔고, 때문에 국왕은 하늘에 예를 다해 몸소 비를 기원하는 기우제례를 이끌었다.
일반적으로 기우제는 독특한 몸짓과 소리로 하늘을 분노케 해 비를 내리게 하는 독특한 형식의 기우제가 마련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매우 경건하게 온갖 음식을 진설한 후 치러지는 경우도 있다.
올 소양강 강바닥에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유진규 작가의 기획으로 퍼포먼스 작가, 현대무용가, 사운드 아티스트 등이 현장에서 과거의 주술적인 의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독특한 형태의 기우제로 꾸며진다.
뿐만 아니라 이번 공연은 예술가들이 진행하는 기우제답게 하늘에 예를 다해 비를 청하는 것이 아니라 원초적인 몸짓과 소리로 비를 내려주지 않는 하늘에 항의하고 도발한다.
이를 통해 분노한 신이 천둥번개와 함께 거북 등처럼 갈라져버린 인간들의 마음과 목마른 대지를 흠뻑 적셔줄 큰 비를 뿌려 주리라 기대하는 예술적 상상력이 가득한 기우제로 치러진다.
주요 참여 아티스트들은 특히 퍼포먼스 분야에서는 마임이스트 유진규씨를 비롯해, 100인의 햄릿으로 잘 알려진 심철종, 대한민국 부토의 1인자인 서승아, 마임이스트 이정훈, 퍼포머 문유미 등이 참여해 독특한 몸짓으로 하늘을 자극한다.
음악 분야에서는 전통 타악 그룹 태극을 비롯, 대한민국 클래식 기타의 1인자 김광석, 고구려밴드의 이길영, 정가가객 박주영 등이 참여해 성난 민심을 하늘에 울려 퍼트린다.
이밖에, 강원대 임근우 교수, 대지미술가 전형근, 사운드아티스트 이대일, 서예 퍼포머 김기상 등이 참여해 독특한 공간과 사운드로 마른 대지를 장식한다.
행사를 기획한 유진규씨는 "우리가 무분별하게 쓰는 화석연료는 다소간의 편리함을 주었으나 그 대가로 우리는 상상하지 못했던 자연의 재앙을 겪고 있다"며 "예로부터 기우제는 제왕의 몫이었으나, 현대에서는 예술가들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번 기우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이어 "성난 민심을 대변하는 우리 예술가들의 몸짓과 소리가 하늘에 전달돼 이번 가뭄을 해갈해줄 시원한 비가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비가 오지 않더라도 가뭄과 메르스로 고통 받는 서민들에게 잠시나마 위로와 평안을 전달하는 것이 우리 아티스트들이 '해갈 퍼포먼스 벼락'을 준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