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찬 = 전북취재본부 문화부장     ©

전북 정읍시 상교동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2일, 일반인들이 쉽게 구입하기 힘들다는 고가의 옛 서적 '악학궤범'을 정읍시립도서관에서 대여하려다 신분증만으로는 도서 대여가 힘들다는 도서관측의 새 규정에 가로 막혀 도서대여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도서 대출이 시급했던 A씨는 "기존 도서관 회원이니 신분증만으로도 회원 확인은 가능 할 것이니 다음부터는 회원증을 소지 할 테니 이번 한번만 편의를 봐주시면 안 되겠느냐?"며 도서대여를 요청했지만 도서관측 대여담당자 B씨의 "회원증 미소지자는 도서대출 불가"라는 강경한 입장에 부딪쳤다.

이어 도서대여 담당 B씨는 "잠깐이면 회원증 재발급이 가능할 터이니 1층으로 내려가 회원증을 재발급 받아와라, 8월부터는 회원증이 있어야만 도서 대여가 가능하다"며 회원증 재발급을 요구했다.

난처해진 A씨는 "잠깐이면 재발급이 가능하다"는 말에 더 이상 망설일 사이도 없이 1층으로 내려가 신분증을 제시하고 도서관 회원증 재발급을 신청했다.

하지만 1층 도서대출 담당 C씨는 "2주 후에 회원증을 찾아가라"며 도서관 회원증 재발급을 2주 후로 미뤘다.

당황한 A씨는 다시 2층 도서대출 담당자 B씨를 찾아가 "아니 잠깐이면 회원증이 재발급 된다더니 2주 후에 오라고 하면 그럼 오늘 이 책은 대여 받을 수 없는 것인가?"라며 도서 대여를 재차 요구했다.

이에 대해 B씨는 "8월 1일부터 운영 규정이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전까지는 당일에 회원증이 재발급 되었다, 1층과 2층은 업무가 달라 내가 잘 몰랐던 것 같다"며 사과를 하면서도 도서대여 만큼은 회원증 없이는 ‘불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도서관측의 오락가락하는 입장 표명으로 당일 도서대여를 못하게 된 A씨는 갑자기 돌변한 도서관측의 운영규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고, 이런 항변 과정에서 도서관 담당관 D씨가 달려와 "조례가 바뀌어 원칙적으로 회원증 없이는 도서 대출이 힘드니 자신의 이름으로 도서를 대여해 주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도서대여를 위해 1층과 2층 도서 대출 창구를 오갔던 A씨는 "회원증을 미소지 할 경우, 신분증으로도 회원임이 확인되면 도서대여를 할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도 1층에서는 신분증으로 회원을 확인하고 도서대여가 되는 것을 목격했다"며 재차 도서 대여를 요구했지만 B씨와 D씨는 "이제 이전과 같은 편의 제공은 없다"며 '대여불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정읍시립중앙도서관은 별도의 운영조례는 없었다.

다만 1995년 8월 1일, 도서관 개관 당시의 시행규칙, "도서관의 자료 대출은 회원증 소지자에 한 한다"는 규칙을 근거로 지난 20년 동안 도서관 회원에 가입한 회원에 대해서는 도서대여 요청 자가 미처 회원증을 미소지 한 경우라도 신분증으로 회원임이 확인되면 도서대여를 시행해 왔었다.

하지만 최근 정읍시립중앙도서관측은 "빈번한 도서관 회원증 재발급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도서관 회원증 제시 자에 한해서만 도서대여를 시행 한다"는 내부 규정은 만들어 지난달 1일부터 말일까지 도서관 내부에 공지 한 후 8월부터 새 도서대여 시행규칙을 시행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즉, 지난 20년 여 동안 도서관 회원에 가입한 회원에 한해서는 신분증 확인을 통해서 도서관 회원임이 확인되면 도서대여에 나서던 시행 방식을 최근 '도서관 도서는 회원증 제시 회원에 한해서만, 도서대여 가능'이라 강제하고 8월부터 본격 시행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러한 강제 규정에 대해 도서관측은 "도서관 회원증 재발급에 따른 운영비 손실을 줄이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며 "이를 위해 지난 7월 1일부터 31일까지 도서관 내부에 이 같은 사실을 공지했었다"며 새 운영규칙에 대한 예외는 없다는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도 1층 도서대여 창구에서는 여전히 신분증을 제시하고 원하는 도서를 대여하는 회원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도서관측의 새 시행규칙은 1층 도서대여소는 종전대로 회원증 미소지자도 도서대여가 가능하지만 2층 도서대여 창구에서는 회원증 없이는 도서대여가 불가능한 도서관측의 새 운영규칙이 적용되고 있는 셈이었다.

아울러 지난 7월까지 당일 회원증 재발급 원칙도 8월 1일 새 시행규칙과 함께 8월부터는 회원증을 재발급자의 경우 이전까지는 적용되지 않았던 페널티 형태의 '2주간 대여 금지'조치가 새롭게 적용되는 것이다.

정읍시립중앙도서관의 신분증 재발급에 따른 손실 및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은 백번이고 손뼉을 쳐줄 일이다.

그러나 도서관측이 1개월 동안의 도서관 내 '내부 공지'를 이유로, 지난 20년 동안 유지되던 시행 규정을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시행하는 이런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

더는 기존의 자유로는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에 대한 전체적인 이미지가 "누구든 예외 없이 회원증을 소지하지 않은 회원은 도서관 도서 대여불가" 라는 조치를 시작으로 또 다른 추가 강제 시행 규칙은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

아울러 8월부터 전격 시행되는 시행규칙이 어떻게 1층과 2층이 각각 따로 적용되고 있는 것인지? 또한 이 같은 강제 시행규칙이 자칫 정읍시립중앙도서관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을 저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않는 것인지? 회원임이 확인되어도 회원증 미소지자는 '도서대여 절대불가?' 원칙이 예외 없이? 지속적으로? 적용되는 것인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