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침마다 유해물질이 첨가된 치약으로 하루를 맞이한다.
그것도 굴지의 대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에 이런 물질이 들어있으니 국민들이 받는 충격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국민 건강 안전에 직결되는 유해물질 관리에 구멍이 또 뚫려도 단단히 뚫렸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을 불러온 유독성 물질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이번엔 치약에서 나왔다.
CMIT와 MIT는 알레르기성 피부염과 기침 호흡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물질이라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자 관련 제품명은 순식간에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고 한다.
국민들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가습기 살균제 파동이 여전히 진행 중이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에서 한쪽에서는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하는데 다른 한쪽에선 비슷한 문제가 야기돼 허둥대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 심정은 어떠했겠는가.
치약에 유독성 물질이 함유된 것 만해도 엄청난 일인데 더 놀라운 것은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유해 치약 문제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처음 제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의원이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조사하다 CMIT와 MIT가 들어간 보존제가 치약제조업체에 수년간 공급된 사실을 알게 된 게 그 발단이었다.
식품의약안전처도, 해당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도 까마득히 모르고 있있던 것이다.
식약처의 후속 조치 역시 미덥지 못하다.
문제의 물질이 어디에 얼마만큼 공급됐는지 즉시 파악하고 더 이상 사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실제 화장품과 구강청결제 원료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도 됐다.
그런데도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도 치약에 소량 허용되고 있으며 입안을 물로 깨끗이 헹궈내면 유해성은 없다"는 입장부터 밝혔다.
일단 면피부터 하고 보자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CMIT와 MIT이 얼마나 유해한지는 이제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사용금지 물질이 버젓이 쓰이고 있는데도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해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