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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옥 '캘리그라피' 개인전
풀잎 위의 이슬처럼 짧았던 40여년의 기억 화폭에 담았다!
이용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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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12/2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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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마른 풀잎 위의 하얀 눈꽃이 시린 눈물을 흘린다.

 

잠시 드리운 햇살의 고마움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수 없이 밟혀 멍든 가슴으로 혹한의 밤들을 견디어낸 여린 풀잎을 차갑게 감싸 안았던 찬 서리가 풀잎과 헤어지기 싫어서 울었던 것도 아닐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눈꽃의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눈꽃은 시든 풀잎의 멍든 가슴과 짧지만 작은 향기를 내품던 행복했던 시간들과도 함께했을 것이다.

 

이슬은 눈꽃이되는 동안 그렇게 이미 시든 작은 풀잎의 짧았던 기쁨의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은 시든 풀잎, 하지만 눈꽃처럼 화려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잊지 않고자 오롯하게 화선지에 그 추억을 그려낸 작가가 있다.

 

풀잎 김경옥 작가가 그녀다.

 

재주 많은 그녀의 이번 전시는 약 40여 년의 아웃사이더 작가에서 원숙한 '캘리그라피'작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다.

 

전주 원도심의 한복판 전북예술회관 1층 한편에 소박하게 마련된 그녀의 전시장에는 시화와 서예, 사경, 문인화 등의 그림들이 '캘리그라피' 작품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있다.

 

이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시든 풀잎과 나무들은 풋풋했던 기억들이 오롯이 화전지에 환한 모습으로 옮겨져 있다.

 

그렇게 눈꽃이 기억하는 풀과 나무들 작품은 모두 50여 점 이었다.

 

기존의 손 글씨를 ‘캘리그라피'라 불리게 된 이유는 아마도 "손글씨"의 예술성이 새로운 장르로 자리매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인지 작가 김경옥은 풀잎 김경옥으로 불리고 싶어 하듯, 새롭고 생소한 캘리그라피작가로 불리기를 원했다.

 

작가 김경옥은 본래 소녀시절부터 한글 서예작가이자 한국화와 문인화에 능했던 작가였다.

 

하지만 그녀에게 직면한 현실은 작가로서 살아가는 삶 보다는 현실세계에 더 다가가는 교육적 환경이 주어졌고, 그로인해 그녀는 일반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학창시절 문학소녀가 서예가와 한국화를 배우며 작가로서의 성장을 꿈꾸었지만 생물학을 전공하게 된 이후 작가로서의 삶은 멀어져야 했고, 결혼과 함께 자녀들을 반듯하게 키워야 하는 전업 주부로 살아야 했다.

 

엄마의 예술성을 닮았던 때문일까?

 

아이들은 자라며 소녀시절 김경옥의 풀잎 같은 소꿉장난을 판박이처럼 따라했고, 엄마는 다시금 문학소녀이자, 서예, 문인화, 생물학의 원리로 자녀들의 성장을 이끌었다.

 

어쩌면 아이들의 출산과 함께 잠시 미뤄뒀던 작가로서의 삶이 자녀들을 키우며 다시금 작가의 길로 이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경옥은 중·고교 시절 은사(恩師)이던 권명수 작가를 스승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고, 역시 꿈 많은 소녀시절부터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이던 한국화가 김문철 교수를 다시금 스승으로 만날 수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서예나 한국화, 생물학 등의 공부는 그렇듯 그녀에게 '캘리그라피'작가로서의 길을 예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경옥 작가는 2014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에 3년으로 편입, 20162월 졸업과 함께 서예와 한국화, 문인화, '캘리그라피'지도자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편, 풀잎 김경옥 개인전은 지난 16~22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관람객들의 발길과 시선을 부여잡았다.

 

 

▲  (왼쪽부터) 브레이크뉴스 전북취재본부 이용찬 문화부장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이영실 동문회장과  김경옥 작가를 비롯 김선미 전문문교 재정국장 등과 함께 환하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용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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