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말처럼 다사다난(多事多難) 했던 병신년을 보내고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맞이했다.
우주의 법칙은 상고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0,1%의 오차도 없이 돌고 있다.
이렇게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자연의 법도는 년‧월‧일‧시로 설명하고 있다.
오늘의 태양이 어제나 그제와 다를 바 없건만 시간의 분절(分節)로 인한 새로운 출발선 위에 선 것이다.
각 개인과 가정‧기업에 있어서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다시 한 해의 여정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조용히 옷깃을 여미고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는다.
새해에는 과연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또 무사히 헤쳐 나갈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분노와 좌절로 얼룩졌던 지난 달력을 떼어내고 새해 달력을 거는 마음은 이렇듯 염려가 앞선다.
새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왜 없으련만 국내‧외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엄혹하기 때문이다.
우리 내부의 정치 일정을 떠올리기에도 숨이 벅찰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국정농단 탄핵심리가 새해 벽두부터 시작되며 그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도 치러야 한다.
국회의 개헌 논의도 대선 일정과 맞물려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게 틀림없다.
가히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린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다음 대통령만큼은 제대로 뽑아야 한다.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국정 혼란이 잘못된 정치 리더십에서 비롯됐음을 분명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비선실세를 동원해 기업과 공조직을 주무른 처사는 국정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여지없이 날려 버렸다.
이 기회에 국민 위에 전횡하는 제왕적 리더십을 근절하고 국민과 더불어 소통하고 호흡할 수 있는 민주적 리더십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일반 유권자들의 시민의식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여든 참가자들이 보여준 질서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수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평화적으로 시위를 끝냈다는 한 가지만으로도 과거의 혼란 양상과 뚜렷이 대비된다.
이처럼 성숙한 시민의식이 다가오는 대선에서는 물론 우리의 고질적인 정치 풍토를 바로잡는 토양이 되기를 기대한다.
당장 시급한 것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문제다.
이미 경제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들어 생산‧소비‧수출이 동반 위축되고 있다.
기업 투자도 주춤한 상태여서 청년 일자리 창출은 물론 전반적인 고용시장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은 또 다른 불안 요인이다.
그런데도 탄핵 사태의 여파로 국정공백이 이어지고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조류인플루엔자의 초동 대처에 실패함으로써 '계란 파동'이 확대되고 있는 현 상황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책을 추진하는 위아래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새해 예산을 조속히 집행하는 방법으로 경기에 군불을 지피겠다고 하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지레 걱정되는 것이 그런 때문이다.
대외적인 여건도 불확실성을 더해가는 중이다.
브렉시트 결정에 이어 미국 트럼프 정권의 등장으로 국제정세가 혼란을 겪고 있다.
사드 배치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등 국내 정세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은데도 우리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조만간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처럼 새해를 맞는 여건은 오히려 비관적 상황에 더 가깝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눈보라 속에서도 보리 싹이 돋아나듯이 스스로 새해의 희망을 싹틔워야 한다.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고 새벽길을 떠나는 비장한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