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시장의 암운이 올 들어 초강력 태풍으로 돌변하고 있다.
일자리는 줄어들 요인만 점차 늘어가고 있는데 취업전선에 점점 더 많은 고학력 젊은이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8%로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7.2%)에 비해 2.6% 포인트나 높다.
더 더욱, 올해부터 취업전선에 쏟아지는 대졸 2세대 베이비 부머들이 피크를 이룬다.
하지만 취업 분위기는 여전히 냉골일 뿐이다.
10대 그룹 가운데 채용 계획을 확정한 곳은 SK‧한화‧GS 단 3곳뿐이다.
삼성과 현대차‧LG‧롯데 등 대부분은 아직 머뭇거리는 중이다.
한 취업포털이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올해 채용 계획을 확정 지은 기업은 45%에 불과했다.
그나마 채용 규모를 전년대비 약 5.2% 줄이겠다는 응답이다.
지난 2012년부터 벌써 6년째 내리 감소다.
앞으로도 나아질 여지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올해 9급 공무원 시험에 22만8.000여명이 몰렸다.
지난해에 비해 무려 6,500여명이나 늘어난 역대 최다 기록이다.
올해 지원자 가운데 20대(64%)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30대(29.5%)가 차지했다.
특히, 20~30대 응시생이 94%를 차지했으며 10대(3,000여명)‧50대(1,000여명) 지원자도 있다.
이 같은 집계는 청년 구직자들 사이의 공무원 열풍이 통계로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청년 취업난의 심각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공무원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해 공시생 45만명 시대다.
그중 절반 가까이가 9급 공채에 몰린다.
공무원이 되겠다는 이들을 탓할 수만도 없는 것이 경기침체로 청년들이 취업을 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다.
그들로서는 정년이 보장되는 공직은 안정적인 직장임이 틀림없다.
'흙수저' 청년들에게는 오로지 시험 성적으로만 합격 여부가 판가름 나는 것도 매력적일 것이다.
하지만, 국가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인적 자원이 한쪽으로 몰리는 것은 많은 문제를 파생시킬 수밖에 없다.
다양한 직종에 인재들이 고루 분포돼 각 분야를 발전시켜야 국가의 경쟁력이 확보된다.
그런데 현실은 똑똑한 젊은 인재들이 너도나도 앞 다퉈 공무원이 되겠다고 몇 년씩 고시촌에 들어박혀 일명 '공시족' 공시폐인이 되고 있다.
사회적 비용도 막대하다.
이제는 고교 졸업 후 대학을 포기하고 공무원이 되겠다는 10대들까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2년에 비해 올해 3배나 증가한 3,000여명이 9급 시험에 응시했다.
고교 졸업 후 부모에 등 떠밀려 대학에 가지 않고 자신의 진로를 찾는 10대들이 늘어난 것은 어찌 보면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직업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무원이 되겠다고 목을 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도전보다 안정만을 추구하는 '늙은 사회'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정부‧기업‧기성세대들의 책임이지 않느냐 말이다.
더 더욱, 대선 주자들이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로 공시족들만 양산하는 것은 국가 재정 부담 및 인적자원 배분 면에서도 올바른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먼저, 민간 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래가 창창한 젊은이들이 공시 열풍에서 벗어나 창업 등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전하는 사회 풍토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