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시한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헌재가 지금의 '8인 재판관' 체제에서 탄핵심판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의 임기가 만료되는 오는 13일 이전에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9일이나 10일쯤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내다보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남은 기간은 길어야 나흘 정도다.
탄핵 심판대에 오른 박 대통령으로서는 직무에 다시 복귀할 수 있느냐 하는 여부가 가려지게 되는 것이지만 대한민국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그 이상이다.
지난 주말 서로 촛불과 태극기를 앞세워 광화문과 시청 앞 광장 일대를 비롯 서울도심과 전북지역 곳곳에서 마지막 여론 총력전을 펼친 행렬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서울의 경우 촛불과 태극기로 확연히 갈라져 헌재에 대해 각각 탄핵 인용과 기각을 주장하는 민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러한 분위기라면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지 간에 어느 한쪽은 불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여론을 주도하는 정치권마저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극도의 발언을 쏟아내며 민심을 자극하는 양상이다.
양쪽 진영 사이에 치유하기 어려운 감정의 골이 이미 깊어진 것이 아닌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가뜩이나 국정공백이 길어짐으로써 대내외적인 불안 요인에 적극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가적인 위기만 키울 뿐이다.
그래도 집회에 불참하며 분열 아닌 통합을 호소하는 주자들이 실낱같은 희망을 보여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지층 이반 등 단기적 불이익을 감수하는 셈이어서 더욱 그렇다.
정치인들의 옥석을 가릴 기회다.
누가 분열의 정치로 나라를 망칠지‧누가 통합의 정치를 할지 냉철히 분별해야 한다.
헌재 재판관들은 이미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한 평의를 진행하고 있다.
탄핵심판 쟁점을 정리하고 법리 적용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하는 작업이다.
일각에서는 7일께 선고 날짜가 미리 발표될 것이라는 추측도 전해진다.
최종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간 헌재의 긴박한 분위기를 짐작하게 된다.
헌재로서도 이번 선고가 뒤탈을 남기지 않도록 최대한 공정한 자세에서 마무리 작업에 임해 주기를 기대한다.
마지막 관건은 민심의 향방이다.
국론분열 사태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것은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일 뿐이니까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의 사드보복과 북한 핵개발‧일본의 위안부 공세 등으로 나라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북지역의 경우 모두가 혼연일체로 총력을 기울인 결과, 6일자로 구제역 방역대가 해제돼 축산농가들이 시름을 덜 수 있게 됐다.
헌재 판결로 이제는 탄핵 정국도 갈등의 종지부를 찍어야한다.
부디, 탄핵 인용이냐 기각이냐의 문제를 넘어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최종 판결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이제 길어야 불과 사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현재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은 헌재의 심판 결과에 따라 대통령직 유지냐 자연인 신분으로의 회귀냐가 판가름난다.
만일 헌재가 탄핵 기각이나 각하 결정을 내린다면 박 대통령은 곧바로 직무정지 상태에서 벗어나 국정에 복귀하게 된다.
헌법상 보장된 '국가원수로서의 지위'와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를 모두 되찾아오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국무총리 신분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임기말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국정 장악력을 거의 대부분 상실한 상황에서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정상적 국정운영은 힘들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따라서 '최순실 게이트'가 폭발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24일 5년 단임제의 권력구조 개편을 골자로 제시했던 개헌에 남은 임기 동안 모든 국정동력을 쏟아 부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제는 탄핵이 인용될 경우다.
박 대통령은 많은 변화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일단 대통령직에서 파면돼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탄핵이 인용된다면 그 효력이 언제부터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지만 헌재가 실무지침에 활용하기 위해 펴낸 헌법재판실무제요에 따르면 탄핵심판 결정은 선고 시부터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헌재가 결정문을 낭독한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즉, 헌재가 10일이나 13일 탄핵 인용을 발표하면 그 즉시 박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신분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곧바로 짐을 싸서 청와대를 떠나야 하지만 전례가 없던 일이라서 언제까지 청와대를 나가야 한다는 점이 분명하지 않다.
이 부분 역시 논란이 일 수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간다면 행선지는 2013년 대통령에 취임하기까지 23년간 살았던 삼성동 사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탄핵 인용 시 경호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상당 부분 박탈당한다.
전직 대통령에게는 재직 당시 연봉의 70% 수준, 박 대통령의 경우 1200만~1300만원 정도의 연금이 매달 지급되며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에 대한 임금과 국공립 병원의 무료 의료‧사무실 유지비 혜택 등도 주어지지만 탄핵으로 파면될 경우 이를 받을 수 없다.
탄핵 인용 시에는 대통령으로서의 불소추 특권도 잃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관련 기록을 넘겨받은 검찰 수사에 직면하게 된다는 의미다.
본격적인 특별수사본부 구성을 준비 중인 검찰은 수사에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탄핵 인용으로 민간인 상태로 돌아온다면 검찰에 의해 직접적인 수사를 받을 개연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게 아직은 가정에 불과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나 기각‧각하 중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고난의 가시밭길을 피할 수 없다는 것 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