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청와대를 나온 박근혜 前 대통령을 돕기 위해 일종의 보좌그룹을 만든 모양이다.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 핵심 인사로 구성된 이 조직은 총괄‧정무‧법률‧수행‧ 공보 등으로 구체적인 역할 분담까지 마쳤다고 한다.
탄핵을 당한 박 전 대통령이 보기 딱해 세비를 받는 의원들이 '민간인' 신분인 전직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하지만 누가 봐도 전직 대통령 중심의 정치 조직이다.
이를 두고 집으로 돌아온 박 전 대통령이 '사저(私邸) 정치'를 시작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지금 박 전 대통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다.
비선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국정 운영이 마비되다시피 한 것이 무려 6개월째다.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당해 쫓겨나는 헌정 사상 초유의 불행을 불러온 당사자이기도 하다.
더욱이 탄핵 찬‧반 세력간 대립과 반목으로 국론은 찢어지고 '내전' 직전의 상황까지 치닫기도 했다.
그렇다면 누구보다 자중하고 근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나마 그동안 자신을 지지해준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고 도리가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헌재 판결에 불복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고 그것도 모자라 사저(私邸) 정치까지 시작한 것은 잘못된 처신이라 지적하고 싶다.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착각이고 오판일 뿐이다.
그나마 일말의 동정심을 가지고 있던 국민조차 등을 돌리게 할 뿐이니까 말이다.
무려 86%의 국민이 헌재 결정이 옳다고 했고 그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90%가 넘는다는 것이 여론조사 결과다.
정녕, 따르는 정치인들이 자신을 보좌하기 위해 그룹을 조직한다고 해도 적극 말리고 신중한 행보를 당부했어야 옳다.
무엇보다 이른바 '삼성동팀'에 친박 정치인들이 합류한 것은 얄팍한 정치적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을 등에 업고 어떻게든 정치 생명을 이어가겠다는 속셈을 국민들은 훤히 꿰뚫고 있다.
따지고 보면 박 전 대통령이 이 지경에 몰린 것도 그들이 제대로 보좌를 하지 못한 탓이 아닌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직‧간접적 책임이 인정되고 그것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정도가 대통령직의 계속 수행을 용인할 수 없다고 헌재가 판단했으니까.
지금 우리 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통합의 메시지다.
사저정치는 결국 이를 거스르는 것이다.
충실하게 검찰 수사에 응하고 겸허히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마지막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길이다.
진실은 언젠가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바로 자신이 한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도착한 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밝힌 대국민 메시지 전문을 살펴보면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