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前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수인(囚人)의 신세로 전락했다.
박 前 대통령이 수감된 곳은 서울구치소의 3.2평짜리 독방으로 전두환‧노태우 前 대통령에 이어 검찰에 구속된 3번째 전직 국가원수라는 오점을 역사에 남기 돼 탄핵에 찬성했든 반대했든 서글프고 착잡한 심정일 뿐이다.
국민 앞에 조금 더 일찍 진정성 있게 소명했더라면 이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을 수 있었기에 더욱 안타깝다.
박 前 대통령에게 적용된 죄목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공무비밀누설 등 무려 13개에 이른다.
최순실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삼성그룹으로부터 433억원을 최씨와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주게 했고 대기업들에게 출연을 강요했다는 혐의가 핵심이다.
만약, 영장이 청구되지 않았거나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았다면 '법(法)의 지배'와 '법 앞의 평등(平等)'이라는 법치주의 원칙에 비춰볼 때 다수의 일반 국민으로부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원칙을 무시했다는 비난이 쏟아졌을 것이다.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및 상당성이 인정 된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박 前 대통령의 기소는 대통령 선거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4월 17일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영장 발부 후에도 국론이 양쪽으로 갈라져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무죄 추정과 불구속 수사 원칙도 일리는 있겠지만 그런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 법정에서 유‧무죄를 가리면 된다.
이번 사태를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한 단계 높이는 전기(轉機)로 삼기를 바라며 판단은 오로지 사법절차에 맡기고 국민 모두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전직 대통령이 미결수 신분으로 구치소에 수감되는 이번 사태의 교훈을 가슴 깊이 되새길 곳은 바로 정치권이다.
박 前 대통령은 집권 2년차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 행복을 위한 일‧나라 발전을 위한 일 외에는 다 번뇌다"라고 했다.
그런 다짐을 했던 당사자가 국가와 국민을 불행에 빠뜨린 것은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덕목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선, 박 前 대통령은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 본연의 역할을 다하자면 소통이 필수적이지만 오히려 불통으로 일관했다.
공사 구분도 미흡했다.
최씨를 비롯 비선 실세를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면서 공적 시스템은 마비되고 말았다.
대통령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충복들이 활개 치는 풍토에서는 건설적인 비판이나 건의는 일어날 수 없다.
결국, 박 前 대통령의 잘못된 리더십이 자신과 국가를 파국으로 내몬 것이다.
대선주자들은 박 前 대통령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권력 구조 개편 등을 위한 개헌에 힘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박 前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사태로 찢어진 국론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통합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권력은 그 무게만큼이나 책임도 무겁다.
국가 중책을 짊어지기에 자질과 덕목이 부족한 사람은 함부로 권력을 탐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