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은 끝났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후, 지상파방송 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여유 있는 당선을 점쳤다.
이날 오후 11시께 개표 결과도 방송 3사의 예측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당선인을 비롯해 이번 대선 과정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심경으로 임한 모든 대선후보와 선거캠프 관계자들의 노고에 4,200만 유권자의 이름으로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강대국들의 힘겨루기로 난마처럼 꼬인 가운데 대한민국의 안보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비록 아베 일본총리가 9일 북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의 새 대통령과 한, 일‧ 한, 미, 일 간 안전보장 측면의 협력을 원하긴 했지만 같은 날 중국정부는 주한미군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될 것이 바로 이런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 새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적 여유는 손톱만큼도 없다.
정상적 상황이었다면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식 때까지 약 2개월 정도 인수위를 운용할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보궐선거인 '조기 대선'으로 당선된 새 대통령은 당선 즉시 인수위 기간 없이 5년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런 차제에 황교안 국무총리는 10일자 사표 제출 결심을 거듭 밝혔고 박근혜 정부 각료들이 내각을 비우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청와대 참모진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1분 1초가 급하다.
신임 대통령은 '당선인증'을 받자마자 곧바로 새 내각 구성 및 청와대 참모진 인선 문제로 씨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새 국무회의 완성 기간을 약 한 달로 내다본다.
그래서 시급하다.
제안컨대, 우리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당분간은 새 대통령의 발목 잡는 일만은 삼가도록 하자.
동시에 거국(擧國)내각 구성에 도움이 되도록 '협치(協治) 정신'을 공유할 것을 주문한다.
지구촌 어디서든 정권이 바뀌면 정치적 허니문(honeymoon) 기간을 2개월 남짓 갖는 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의 특이현상 가운데 하나로 ‘3무(三無) 현상’을 내세운다.
대형 공약이 없었고 지역과 이념 대결이 누그러졌으며 후보 단일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고질적 '색깔론'이 선거 막판에 또다시 고개를 쳐들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우려되는 것이 '사드 문제'로 새 대통령의 허리띠를 잡고 늘어지는 일이다.
새 정부 출범 시기에 신임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것은 자칫 국가안보를 해칠 수도 있는 일이다.
거듭 제안컨대, 정치권은 협치(協治) 정신을 되살려 새 정부와의 허니문 기간을 넉넉하게 갖기를 희망한다.
특히 새 대통령은 "국민 대화합"차원에서 '대승적 인선'원칙을 내려놓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