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개시와 함께 속속 발표되는 주요 직책 인사(人事)는 일단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간의 우려와는 달리 탕평‧통합 및 적재적소 인사를 하려는 의지가 보이고 일부 논란이 예상되는 측근들을 배제하는 움직임도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임기 개시 직후 새 국무총리에 이낙연 전남지사를 지명하고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종석 前 의원을 임명했다.
11일에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윤영찬 홍보수석비서관과 이정도 총무비서관‧권혁기 춘추관장이 기용됐다.
14일은 정무수석비서관에 전병헌 前 민주당 원내대표‧사회혁신수석비서관에 하승창 前 서울시 정무부시장 그리고 사회혁신수석비서관에 김수현 前 환경부 차관을 각각 임명했다.
이런 포스트들은 그 수로 보면 정부‧청와대 인사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새 정부 인사의 가늠자가 되기에 충분하다.
우선, 이낙연 총리지명자는 언론인 출신으로 정당 및 국회직‧지방자치단체장을 두루 거친 검증된 인사다.
특히, 여권에서 '친문' 아닌 비주류에 가깝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을 만 하다.
취임 준비기간 없이 출범한 정부인만큼, 국회는 최대한 신속히 이 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 절차를 완료하는 것이 옳다.
물론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첫 청와대 참모진 구성을 보면 그동안 내각에 옥상옥(屋上屋)으로 군림하고 불통 및 '인(人)의 장막'의 상징이었던 비서실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비서실 업무는 대통령 국정 보좌와 행정부 및 정치권 등 각계와의 '소통'이다.
대통령 지근거리에 있는 만큼 '문고리 권력'이나 '예스맨'이 아니라 직언(直言) 여부가 관건이다.
임 실장은 "성심으로 모시되 예스맨이 되지는 않겠다"고 단언해 그 역할이 기대된다.
청와대 참모들은 직언과 소통이라는 초심(初心)을 잊지 않기를 당부하고자 하는 현 시점에 공공기관장의 '물갈이' 폭과 기준이 최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정권 교체기는 임기와 무관하게 교체된 공공기관장이 많았고 게다가 임기가 끝났지만 자동 연장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협조 의혹을 받아 온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잇달아 사의를 표명한 것이 교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 농단 세력에 의해 불공정하게 이뤄진 '최순실 인사'는 철저히 검증해 바로 잡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정부가 지정한 공공기관은 모두 332개로 공기업이 35개‧준정부기관이 89개다.
기타 공공기관이 208곳으로 가장 많다.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공공기관장‧감사‧임원 자리는 무려 2,000개가 훌쩍 넘는다고 한다.
현재 공공기관 중 기관장의 임기가 끝나 자동으로 연장된 곳이 15개나 된다.
한국전력기술‧한국조폐공사 등 공기업 2곳을 비롯 국립공원관리공단‧한국전기안전공사 등 준 정부기관 및 기타 공공기관 13곳이다.
여기에, 국민연금관리공단‧한국감정원‧한국콘텐츠진흥원 등 5곳은 해임이나 면직 등 이런저런 사유로 아예 기관장이 없다.
공석 즉시 공모에 나서는 게 원칙이지만 지난해 탄핵 정국을 맞아 인사를 미룬 탓이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공공기관장들이 덩달아 바뀌는 것은 관행처럼 내려왔다.
2013년 박근혜 前 대통령 취임 당시 한국가스공사‧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등이 임기를 남기고 사퇴하거나 사의를 표명했다.
인천공항공사‧국민연금관리공단 등 덩치가 큰 공공기관은 인수위원회 시기에 기관장이 그만뒀다.
이명박 정부 때도 코레일 사장 등 대형 공기업 사장들이 인수위 기간에 사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정부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사표를 받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
잘 돌아가는 기관의 수장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은 조직의 영속성과 발전을 해칠 수 있다.
물론 자질에 문제가 있거나 경영 실적이 안 좋으면 서둘러 교체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음 달에 나올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새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것은 공공기관장 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천명하는 일이다.
그런 원칙과 기준‧경영평가 결과‧차갑고 혹독한 인사검증이 더해져 인선이 이뤄질 때 무분별한 논공행상 시비는 눈에 띄게 줄어들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