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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완만함에 숨어 있는 교훈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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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1/0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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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랜 구력을 가진 선배가 골프를 잘 치는 방법이라며 들려준 말이 무심코 생각난다.

“골프를 잘 치고 싶으면 공을 잘 다뤄라, 공을 잘 다루는 방법은 공을 놀라지 않게 하는데 있다.”

작은 공, 그 것도 움직이지 않는 정지된 공을 놀라게 하지 말라(?)는 선배의 말….

차라리 연습을 좀 더 열심히 하라든가, 필드 경험을 더 쌓으라든가, 파워를 키우라든가 식의 말이었으면 이해가 쉬웠을 텐데 당시로선 정말 의아했다.

그러나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선배의 말을 좀 더 이해했을 땐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비록 정지돼 있는 공이긴 하나 달래가듯 안정적인 타구로 이끌어 가라는 주문쯤으로 이를 해석했다.

우리 일상에는 너무 가식적이고 형식적인 것이 많은 것 같다.

지난 8일 故 정갑수(58) 전북 군산해양경찰서장의 영결식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문 앞을 막지만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이 끊긴다”는 말이 떠올라 씁쓸하고 허전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날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영결식장에는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을 비롯 이주성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과 본청 및 3개 지방청과 전국 15개 해양경찰서에서 파견된 조문단․시민 등 1,000여명이 참석해 고인(故人)의 영원한 안식과 명복을 빌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넸다.

특히, 군산해양경찰서 소속 직원들은 영결식을 마치고 고인을 태운 운구행렬이 서서히 정문으로 향하자 도로가에 늘어서 고별 경례를 하며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는 상사를 배웅하는 동안 눈물을 훔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밖에 전북지역 주요 각급 기관장과 선원표 국토해양부 해사안전정책관․정용균 서해어업관리단장․이봉길 해양환경관리공단장․수협중앙회 김영태 상임이사․농림수산식품부 서재연 지도과장 등이 참석해 영원한 안식과 명복을 빌며 헌화․분양했다.

하지만, 해양경찰의 소속 상급 기관인 국토해양부 장관 또는 차관이나 한․중 어업협정의 실무부서인 농림수산식품부 장․차관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바쁜 업무 일정으로 해당 장관이 직접 영결식에 참석을 하지 못할 수 도 있지만 2명으로 편제된 차관들이라도 자신이 맡은 업무를 완벽히 수행하기 위해 경비함에 승선, 직원들을 격려하고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현장을 진두지휘하다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일선 지휘관의 영면을 기원했어야 당연했지 않은가 말이다.

혹시,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에 근조 리본이 달린 조화를 보냈고 부의금(賻儀金)을 전달했다고 해서 모든 상례(喪禮)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이 같은 결과만을 놓고 살펴본다면 국민의 공복으로 맡은바 책무에 온몸을 다 바쳐 업무에 정진하고 있는 1만여 해경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며 냉정한 현실을 질타할 수 밖에 없는 여론의 뭇매 역시 피할 수 없다고 본다.

국정의 총수는 현재 국민들의 입장에서 눈높이를 낮추고 열린 마음으로 함께 생각하고 행동하며 호흡하는 모범을 보이며 스스로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에 애정 어린 관심과 따뜻한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직감해 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는 옛말이 있고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으니 위 기사를 고인의 영전에 바치고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어도 왠지 모르게 가슴이 울렁이며 일손도 잡히지 않고 아쉬운 생각만 자꾸 뇌리를 스쳐가니 어이할까․어이해야 좋단 말인가….

▲ 브레이크뉴스 전북 = 김현종 기자.     © 브레이크뉴스
한편, 고인은 지난 4일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현장 순시를 위해 해경 경비함에 승선했다가 오전 6시 30분∼7시 사이 전북 군산시 어청도 서방 65km 지점에서 불의의 사고로 숨졌으며 경찰공무원 순직자 처리규정에 의거 홍조근정훈장이 수여되고 경무관으로 일계급 특진 임명됐다.

/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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