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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얼굴 없는 천사'… 19년째 선행
27일 오전 9시 7분, 노송동 주민센터에 5,020만1,950원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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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2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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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노송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상자 안에 들어 있던 현금 다발과 동전을 세고 있다.                                                                                                                      © 김현종 기자


 

 

 

전북 전주를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천사도시로 만든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세밑한파를 녹였다.

 

특히 19년 동안 이어진 얼굴 없는 천사가 흩뿌린 선행을 따라 남몰래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천사시민들이 늘어나면서 '천사도시'로 불리고 있다.

 

27일 오전 97,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40~50대 중년남성의 목소리로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였다.

 

통화 내용은 "주민센터 지하주차장 입구에 있고 어려운 이웃에게 힘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짤막한 한마디만 남겼을 뿐이었다.

 

당시 전화를 받은 노송동 행정민원팀 손명희 주무관과 주민센터 직원들이 중년 남자의 통화내용에 따라 지하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경과, 입구에 A4용지 박스가 놓여 있었다.

 

그 상자에는 50,000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 1개와 A4용지에는 컴퓨터로 작성해 프린터한 글씨체로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힘내십시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혀있었고 총 5,0201,950원으로 집계됐다.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까지 19년째 총 20차례에 걸쳐 몰래 보내 준 성금은 총 6834660원으로 무려 4,900여 저소득계층에게 현금과 함께 연탄 및 쌀 등이 전달됐으며 노송동 고교생 10명에게 장학금이 수여되기도 했다.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가 보내준 이 성금은 사랑의 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한편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4월 초등학생을 통해 58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중노2동 주민센터에 보낸 뒤 사라져 불리게 된 이름으로 해마다 성탄절을 전후해 남몰래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이어지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전국 각 지역에 익명의 기부자들이 '얼굴 없는 천사'의 행적을 따라 기부행렬에 동참하는 효과로 온정(溫情)의 빛을 발산했고 노송동 주민들은 이러한 뜻을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를 담아 숫자 천사(1004)를 연상하는 10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 주변 6개동이 공동으로 '천사축제'를 개최해 불우이웃을 돕는 등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01월 '얼굴 없는 천사'의 숨은 뜻을 기리고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노송동 주민센터 화단에 "당신은 어둠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얼굴 없는 천사의 비'를 세우기도 했다.

 

전주시 노송동 최규종 동장은 "전주는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으로 따뜻한 '천사의 도시'로 불리는 등 익명으로 후원하는 시민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얼굴 없는 천사와 천사 시민들이 베푼 온정과 후원의 손길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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