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안경찰서 이상주 서장이 거동이 불편한 김광선 경위의 집을 찾아 김 경위가 소파에 앉아 지켜보는 가운데 아내에게 재직기념패를 수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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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가 겨울을 재촉할 것이고 이 가을이 다가기 전에 나뭇잎이 모두 떨어질 것이기에 모두가 기다렸던 단비지만 왠지 가을비가 반갑게만 느껴지지 않는 지난달 31일 열린 눈물의 명예퇴임식이 심금을 울리고 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한다는 신념으로 1992년 경찰에 투신해 약 23년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며 경찰청장 표창을 비롯 내‧외부에서 20여회에 달할 정도로 크고 작은 상을 받는 등 동료들의 신망이 두터웠으며 모범스런 가정의 가장이자 능력과 인품까지 겸비했던 김광선 경위가 제복을 벗고 자연인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인사발령서가 하달됐기 때문이다. 이날 전북 부안경찰서 이상주 서장을 비롯 직원 15명은 무거운 짐을 홀가분하게 내려놓지 못하고 안타까움과 많은 아쉬움 속에 자신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될 "재직기념패"를 전달하기 위해 김광선 경위의 자택으로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김 경위는 지난 2011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정든 제복을 다시 입고 현업에 복귀했지만 잦은 비상 ‧ 야근 ‧ 휴일근무를 해야 하는 살인적인 근무 연속으로 자신의 지병(뇌졸중)을 관리하지 못해 또 다시 쓰러진 이후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눈물을 머금고 지난 8월 아내의 손과 발을 빌려 명예퇴직 신청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지병으로 쓰러진 탓에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경제적 빈곤 상태로 몰릴 수밖에 없었지만 김 경위는 천직으로 알고 있던 경찰직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재활치료를 통해 건강만 회복된다면 다시 현장에 복귀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과 믿음이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못했고 명예퇴직을 신청한 이후 다른 직원들처럼 경찰서 3층 강당에서 축하를 받지도 못해 ‘이런 꼴로 살아서 뭐 하냐’는 자괴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10월 31일 오전 10시 30분께 지휘관인 서장을 비롯 후배 직원 15명이 자신의 집을 방문해 거실에서 개최해준 명예퇴임식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시간을 통해 불굴의 의지를 가다듬고 있다.
▲ 명예퇴임한 김광선(좌측) 경위가 아내(우측)와 지휘관인 이상주 서장과 함께 "경찰의 꽃"으로 일컬어지는 총경 계급장이 부착된 점퍼를 입고 기념촬영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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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주 서장은 이날 김 경위가 거주하는 대림아파트로 발길을 옮겨 거동이 불편한 김 경위 대신 아내에게 '재직기념패'를 전달한 뒤 용기와 희망을 복돋워 주기 위해 "경찰의 꽃"으로 일컬어지는 총경 계급장이 부착된 자신의 점퍼를 벗어 직접 김 경위에게 입혀주며 두 손을 맞잡는 등 지휘관으로서 인사발령통지서를 수여할 때 눈물을 흘리는 세심한 행보를 드러냈다. 한편, 이상주 서장은 '지난 8월 명예퇴직 신청서를 제출하고 쓸쓸하게 돌아서는 김 경위 아내의 뒷모습을 지켜본 뒤 '땀과 눈물로 점철된 경찰 역사의 한 획을 장식한 직원의 명예퇴임식 만큼은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초라하지 않도록 개최해 주겠다'는 다짐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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