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고】나의 안전은 결국 남을 위한 배려!
군산해양경비안전서 경비구조과장 임동중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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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4/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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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해양경비안전서 경비구조과장 임동중.     © 김현종 기자

아직 새벽공기가 남아있는 이른 아침, 일흔에 가까운 노모가 비응도 해경센터 문을 열고 들어섰다.

 

남편이 몰고 나간 2.9톤급 어선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자 해양경찰에 신고를 하기 위해서다.

 

승선한 2명 모두 핸드폰이 꺼져 있었다.

 

더구나 선박 위치를 알려주는 V-PASSVHF-DSC 장비가 설치돼 있지만 이 장비 역시 모두 꺼져 있는 상태였다.

 

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수색 가능한 모든 선박을 동원했다.

 

인접경비함까지 지원 받고 민간자율구조선 등 총 32척의 선박과 함정 및 하늘에는 헬기 2대가 귀항하지 않고 연락이 두절된 2.9톤급 어선을 찾기 위해 총출동했다.

 

해안가와 항포구 수색명령도 동시에 내려졌다.

 

건조 후 첫 조업인 터라 평소 고기를 잡던 위치도 알 수 없었고 손에 쥔 단서는 마지막으로 발신했던 휴대전화 위치뿐이었다.

 

장장 9시간, 침몰이라도 했다면 유류품이라도 남아있을 법한데 파도는 아무런 말이 없고 수색은 장기화의 그늘이 드리워질 때 어업정보통신국을 통해 소식이 날아들었다.

 

조업 중인 어선과 교신했다는 것이다.

 

50톤급 경비정을 현지로 급파해 안전위해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한 해경 상황실 직원들은 그제서야 등줄기가 흥건히 젖어 있다는 것을 느끼며 안도의 숨을 내 쉴 수 있었다.

 

어선 선장은 "장기조업으로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됐고, 위치발신 장치는 조작 미숙이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30년 넘는 경험을 가진 베테랑 선장의 변명치고는 너무 구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색 구역을 조금씩 조금씩 넓혀가며 전속력으로 9시간 동안 항해한 경비함정과 헬기의 유류 소모는 그렇다 하더라도 생업을 포기한 채 해양경찰과 함께 수색에 나선 22척의 민간자율구조선의 시간과 경제적 낭비는 그 어떠한 보상으로도 충분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제때 휴대전화만 받았더라도만약 제때 통신기에서 호출하는 무선만 청취하였더라도만약 선박위치 발신 장치만 켜두었더라도 9시간의 초조함과 낭비된 행정력은 없었을 것으로 확신한다.

 

해상에서 발생하는 미귀항 선박은 이렇듯 해프닝 아닌 해프닝으로 종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해프닝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긴급 출항으로 소모되는 수천만원의 기름 값과 경비상황의 공백 및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해난사고 대응의 지연 등 우려되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비함정은 해상치안질서를 유지하고 해난사고에 대비한 구조구난 업무를 수행하지만 국가 안전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곳에 제시간에 도착해야만 한다.

 

해양경찰의 슬로건 가운데 "태풍이 불어도 국민이 부르면 달려 간다"는 말이 있다.

 

국민이 어려움에 처하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그 어떠한 상황이든 현장에 달려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메시지다.

 

하지만, 그 노력이 허탈함이나 안타까움으로 어이지지 않고 보람과 긍지로 이어질 때 해양경찰도 더욱 더 힘을 낼 수 있다.

 

나의 실수가나의 소홀함이나의 무심함이  위험에 직면한 다른 사람의 골든타임을 뺏거나 수천만원의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한다.

 

나의 안전을 챙기는 노력은 결국 남을 위한 배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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